어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가 가장 잘 크더라
저는 요즘 참 예쁜 아이들과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4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이 아이들과 어떤 것까지 해볼 수 있을까 상상해보고 시도한 뒤 감탄하며 마무리하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죠. 예쁜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년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제가 담임을 맡아보니 어쩜 이런 아이들끼리 모였을까 싶어 신기합니다.
예쁜 아이들끼리 모여 있는 반을 맡으니 모든 게 참 수월하게 굴러갑니다. 새로운 시도를 함에 앞서서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 없고, 아이들이 제 말을 다 귀기울여 듣고 따라오니 딱히 스트레스 받을 부분도 없습니다. 입씨름할 일도 없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화날 일도 없고, 시간 낭비할 일도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게, 교실이라는 게 원래 이랬어야 했는데 10년 만에 이런 교실을 맡다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 저희 반 아이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어른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것입니다. 어른의 말에 집중하여 어른이 무엇을 지시하거나 요구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기 행동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같은 잘못을 반복할 때도, 실수할 때도 있지요. 어린 아이니까요. 그래도 교사의 지시를 바로 바로 반영하려고 노력하니 개선이 빠릅니다.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뭐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집중해서 들으니 수업 성취도가 높습니다.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지 과제 지시도 잘 듣고 실천하려 노력하니 활동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반 아이들이 4학년 수준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결과물을 낼 때가 많습니다.
크게 화낼 일 없이, 얼굴 한 번 찌푸릴 일 없이 1학기를 보내며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고, 제 말에 잘 따라오며 큰 성장을 보여주니 제가 무척이나 훌륭한 교사가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도 아이들을 믿고 마음껏 해보며 교육의 즐거움을 흠뻑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어머님들께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선생님의 말에 잘 따르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요. 학생 주도, 학생 자치가 대세인 시대에 무슨 고전적인 말이냐고요? 학생 주도도 학생 자치도 결국 그것을 안내하고 이끄는 교사의 말에 잘 따를 때, 훨씬 더 큰 교육 효과가 발생합니다. 애들이 선생님 말은 안 들으면서 학생 자치, 학생 주도를 하면 그건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고집이 되더라고요.
어른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들이 모인 교실에서, 누구보다도 멋진 학생 주도 배움, 학생 자치의 장면이 일어남을 목격하고 있는 교사로서 한 마디 써봤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