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단일기 쓰는 교사!
나는 교단일기 쓰는 교사
나는 교단일기를 꾸준히(솔직히 말하면.... 드문드문) 기록하는 교사다. 그중 일부는 모아서 독립출판을 하기도 했다. 예전의 주제는 주로 교실에서 수업한 내용의 기록이나 고민의 모음이었다. 요즘은 단상들을 짧게 그림, 글로 남기는 쪽이다. 생각해 보면 초임 때부터 거의 10년 간(단, 10년 내내라곤 안 했음!) 학교에서 든 고민, 수업에 대한 성찰을 주기적으로 꾸준히 기록해 온 듯하다. 매일, 매주 쓰는 분들에 비하면 내세울 만한 건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교단일기의 내용이라고 해봤자 그다지 특별한 건 없다. 말 그대로 기록이다. 저번 이 과목 수업엔 이걸 했는데 좋았다. 이 활동이 별로인데 이래서 그런가? 내 마음이 안 좋다. 이게 더 문제인데 내가 이렇게 한 것 같다…
내가 쓴 기록은 가끔 누군가가 읽기도 했지만 남보다는 스스로에게 좋은 참고가 됐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 많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면 글을 통해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예전 기록이 다시 보니 흑역사로 느껴질 때에도, 그 사이에 일어난 변화를 체감해 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실은, 교단일기를 보다 보면 좀 낯간지럽지만 예전의 나에게 감동할(?) 때가 있다. 지금의 나라면 세월의 때를 입었는지 감히 내어주지 못할 것들을 쏟아부었던 내 모습. 잘 되기를 바라는 애정, 뻔뻔해져도 될 일에도 엄격한 반성, 알아보기 쉬울 만큼 흘러넘치는 진심 같은 것들이 애달플 만큼 절절하게 뚝뚝 묻어나는 글. 내가 이랬나?
사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은데 따로 주말에 반나절쯤 시간을 내어 수업 준비와 기록을 해 가며, 늘 내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함을 한탄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열정도 없지만, 나의 체력을 위해 퇴근하기 전에 준비와 계획을 끝내 두고, 퇴근과 동시에 잠깐 시동을 끄고 충분히 쉬려고 노력한다.
그때와 지금, 잃은 것과 새롭게 얻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는 마음을 쏟아붓는 대신 크고 작은 결정이 불안하고 흔들렸다. 그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대신, 좀더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려고 사방으로 시선을 뻗쳤다. 지금은 고민이 줄어든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관성이 붙어 버린 면도 있다. 하지만 그 관성 중에는 나름 나만의 교육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 지금의 내 모습도 더 시간이 지나고 보면 새롭게 이름 지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기록이 좋고, 그걸 나중에 읽을 내 모습도 궁금하다. 그래서일까, 내 제자들이 쓰는 말과 글에 그들의 지금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마음이 드러날 때, 그리고 그게 내게 와 닿아서 공명이 느껴질 때 참 좋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울림의 기분이 있다.
우리는 매일 각자의 이야기를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 꾸준히 앞으로도 기록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