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는 가성비가 있다
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vs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업을 하는가? 라는 교육철학을 논하는 자리에서
가성비를 논하는 것은 솔직히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업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특별한 어떤것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0여년전 스마트교육에 처음 눈을 떴을 때 저는 기기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미래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기를 어떤 방식으로던지 학생들에게 던져주며 활용해 보도록 해 주었고,
그 결과 학생들은 '기기를 잘 다루게 되었습니다.'
기기를 잘 다루는 것이 미래에 필요했던 일인가?는 10년이 지난 지금
굳이 그럴필요까지는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교육에서 어떤 기치를 갖고 그것만을 위해 매몰되기 보다는
어떻게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미래에 다가올 모습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 수업에는 가성비가 존재한다.
가성비 - 가격의 성능에 대한 비율을 말합니다.
가성비와 관련된 상반된 말로는 싼 것이 비지떡이다. 등의 속담이 있습니다.
가성비는 절대적인 성능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1000원짜리 다이소에서 파는 물건이 100000원짜리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보다
질적으로 좋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이소에서 질이 조금 떨어지는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100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사기 보다 1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사고 남은 차액으로 더욱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성비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상황에도 부합이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재화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에서 한정된 가장 대표적인 재화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수업시간은 40분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 40분동안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서
오늘의 수업이 좋은 수업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제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자리에서 굳이 제가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진두지휘를 해야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연으로서 조금씩 도와주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 수업이 가장 가성비가 있는 수업이 아닐까 싶네요.
다. 수업의 과정이 즐거운 교실
수업의 결과가 학습목표의 도달이라면 수업의 과정은 여행에 오르는 길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끝났을 때 열심히 공부했다고 만족하는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그다지 힘들지 않아서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면
이 수업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수업입니다.
수업으로 행복한 교실이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