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가 바꾼 교사의 일상을 말하다.(3부) - 갑갑한 3월
전염병 사태로 유래 없는 장기휴업을 맞은 3월,
급박하게 돌아가는 다양한 상황 속 교사들의 생각을 8편의 그림과 글로 전합니다.
1부
1.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2. 3월 2일에 개학할 수 있었을까?
3. 교육과정 다시 하셔야죠?
2부
4. 갑자기 붕뜬 2월말
5. 우리아이 돌봄 어쩌지
6. 온라인학습은 어떻게 하나
3부
7.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지 못하다
8. 개학하고 싶어졌다.
#7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지 못하다.
전입 인사 가는 날, 공문이 하나 도착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발령자 1인만 학교로 오시고, 마스크 반드시 쓰십시오.”
도착했더니 교문은 빼꼼 열려 있고, 교무실을 알려주시면서 손 소독제를 꼭 바르라는 보안관님의 말씀. 새 학교에 오니 긴장되기 마련이지만 나는 아직 외부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워 괜히 어깨가 뻐근하다. 방학식 뒤 교직원 첫 모임. 출근시간보다 조금 앞서 온지라 회의 장소에 제일 먼저 도착해 불을 켜고 앉아 있었다. 다른 분들은 방송이 나오자 한두 분씩 오신다. 아마 교실 이사 준비, 새 학급 새 업무로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다. 나는 이미 짐 정리도 마쳤고, 새 학교에 아는 것이 없으니 생각 외로 덤덤했다. 떨리는 첫 인사. 입술이 지워지진 않았겠지 생각해 살짝 한 번 더 발랐는데 마스크를 쓰니 말짱 도루묵이겠다. 앞에 서서 잠시 마스크를 벗어 인사를 드리고, 다시 썼다. 인사할 때는 앞이 안 보였는데, 내 차례가 지나고 보니 앉아 계신 분들 모두 마스크로 눈만 보인다. 앞으로 함께 하실 선생님들인데, 뵙게 되면 눈이라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 안면을 터야 할 텐데. 안녕하십니까 건네는 내 말이 마스크를 뚫고 씩씩하게 전달되기를.
코로나 19는 아직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의 학교 개학도 늦어지고, 새 아이들과 만날 날이 한참 멀어졌다. 졸업식, 종업식이 급하게 치러진 것처럼 사람들이 첫 만남을 기대하며 모이는 입학식도 축소, 첫 회식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새 학년도 준비로 학교 출근한 지 며칠 되었지만 여전히 보안관님은 교문을 오갈 때마다 새삼 뚫어지게 날 쳐다보시는 눈치다. 더 큰 피해 없이 어서 해결되어 마스크 벗고 시원하게 만나고 싶다.
#8 개학하고 싶어졌다.
처음 휴업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다행복학교(부산형혁신학교) 리더교사가 된 소중한 첫해라 봄방학을 그냥 보낼 수 없었고, 혁신활동에 동력이 될 야심찬 계획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봄방학 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선생님들껜 상당한 부담이라, 처음에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3-5번은 다시 살펴보고, 수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했다. 다행복학교 컨설팅을 와주셨던 경기도 어느 교장선생님과 나와 함께 근무를 했던 부산의 어느00교장선생님께 따로 메일과 전화를 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들이 지치진 않으실까요?’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나아가라는 말과 함께 방향은 맞다는 조언을 듣고 교육과정 재구성 강사초빙, 전입교사를 위한 학교적응 프로그램, 특별실 이용 및 디지털기기 자율연수, 그리고 마을교육과정을 위한 마을 둘러보기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사실상 금지당했다. 추진하기로 했던 모든 교육활동은 대화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결정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사람 목숨이 오가는 중대한 시국이라 워크숍은 뒤로 미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첫 출발부터 학교 전체의 활기를 갉아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동료들은 계속 물어본다.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우린 지금 뭘 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평범한 학교에서 5명 정도가 나눠서 가져야 할 업무를 한꺼번에 맡은 업무지원팀 소속 리더교사다. 한편 나 또한 교육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먼저 접하지 못하는 일반 소시민이자 휴업 소식을 뉴스로만 전해 듣는 일개 공무원일 뿐이다.
어느덧 휴업은 3주까지 연장되었다. 학부모, 동료교사가 교무실로, 메신저로 계속 문의를 한다.
‘뉴스 내용이 사실이냐, 정말 3주가 연장되는 것이냐’. ‘그렇겠죠, 나도 뉴스로 처음 듣거든요...’
휴업기간이다.
방학때부터 6학년 부장이 될 걸 알고 있던 나는 방학기간 동안에도 종종 학교에 갔다. 2019년도에 이어 2020년도 2년이지만 교육과정을 짜거나 하는 일은 손쉬운 일은 아닌지라 학교에 가서 최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휴업이라니.... ‘휴업하면 여유가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휴업하자마자 쏟아지는 일들이 생긴다. 한국전쟁 중에도 휴업은 없었다고 하니 유사 이래 처음이라 그런가보다. 교육과정 수정은 기본이고 업무부장님들의 협조사항을 담았다.
또 휴업이 연장이다.... 학교 일은 먼저 하면 손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제는 단순히 학사일정만 뒤로 미루면 끝날 일이 아니다. 일정을 수정하고 다른 학년과 의논해야 하는 일들이 생겼다. 모든 걸 다 해결하고 집에서 편히 자고 난 다음날! 학교에서 연락이 온다.
“6학년부장 시수 다 넣었어?”
“네”
“어.. 미안한데 다시 해야 할 거 같아.”
“네? 왜요?”
“그때 내가 준 자료가 올해 6학년 시수가 아니라 작년 6학년 시수였어. 작년에 교육과정 바뀌어서 시간이 더 늘었었잖아~”
이 다음부터는 제대로 말이 들리지 않았다. 차를 몰고 학교에 와서 두다다다.
협의실이라던가 빈 교실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종종 나가다 보니 굳이 재택근무고 41조고 필요없을 거 같다. 그냥 나에게 개학을 달라.
유례 없는 휴업과 상황으로 긴장과 어려움을 겪고있는 교직원, 학생, 보호자분들의 건강을 빕니다.
모두 건강히 학교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에듀콜라 특별기획 'COVID19 가 바꾼 교사의 일상을 말하다.'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