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가 바꾼 교사의 일상을 말하다.(2부) - 2월말 어쩌지
전염병 사태로 유래 없는 장기휴업을 맞은 3월,
급박하게 돌아가는 다양한 상황 속 교사들의 생각을 8편의 그림과 글로 전합니다.
1부
1.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2. 3월 2일에 개학할 수 있었을까?
3. 교육과정 다시 하셔야죠?
2부
4. 갑자기 붕뜬 2월말
5. 우리아이 돌봄 어쩌지
6. 온라인학습은 어떻게 하나
3부
7.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지 못하다
8. 개학하고 싶어졌다.
#4 갑자기 붕뜬 2월 말
(1) ‘코로나 19 확산으로 헌혈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문자가 왔다. 하긴 외출을 자제해도 혈액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있겠지. 임신과 출산으로 한동안 헌혈을 못 했지만 오랜만에 출동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다. 혹여나 확진자 동선에 겹쳐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전 재빨리 헌혈을 하러 갔다. 헌혈하기 전, 헌혈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몇 가지 질문을 받는다.
“몇 시간 주무셨어요?”
“거의 12시간 잔 거 같네요.”
아기 재우며 같이 잠들어서 아주 잘 잤다. 일정도 없으니 맘 편히 잤다.
“1개월 이내 해외여행 간 적 없으시죠?”
“네”
복직 전에 여행 꼭 가고 싶었는데...
“1개월 이내 치과치료, 내시경, 레이저 시술 등 없으시고요?”
“네, 없습니다.”
밥 먹을 때마다 이가 살짝 거슬려서 복직 전 꼭 해야 하는 일 리스트에 있지만 그것마저 미뤄두었다. 마지막으로 피를 조금 뽑아 철분 수치를 확인한다. 출산 후 처음이기에 수치가 안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수치도 아주 좋다고 한다. 2월 말, 평소 같으면 새학기 준비로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수치가 좋을 수가 없을 텐데. 눈 질끈 감고 나니 피 뽑기도 금방이다. 여행도, 치과도 못 가고 개학도 미뤄져 붕 뜬 덕분에 헌혈을 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덕분’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사은품으로 받은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두 장은 드라이브 스루에서 사용해야겠다.
(2)휴직과 복직의 과도기에서.
‘과연 학교에 적응 할 수 있을까?’
2년을 쉬다 돌아오니 첫 발령 때보다 두렵고 형식적 신분만 교사인 껍데기 교사가 된 기분이다. 그렇다. 휴직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느낀 감정은 설렘보단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복직하며 맡은 학년은 1학년. 복직과 함께 교직 인생 첫 1학년을 맡게 되니 막연한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
‘8살 아가들이랑 말이 통할까?’
라는 생각은 잠시, 개학까지 2주밖에 안 남은 상황에 당장 입학식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다른 학년을 맡을 때는 몰랐다. 어느 학년이건 바쁘지만 1학년은 2월부터 정말 바쁜 학년이었다. 3월 2일이라는 입학식 타임라인에 맞추어 입학 선물을 주문하고 교실 앞, 뒤판을 환영 인사와 알록달록하게 꾸미는데 꼬박 며칠은 출근해야 했다. 일단 출근을 하면 입학식 준비와 1학년 전체 교육과정에 대해 협의를 하느라 휴대폰을 못 보는 건 당연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맞아. 이런 정신없는 하루가 학교생활이었지.’라는 슬픈 향수에 젖으며 나름의 방법으로 복직 적응을 동시에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전보다 학교에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쯤 들려온 소식.
‘개학 연기’
어라. 전국 개학 연기 소식은 정신없이 질주하던 내게 브레이크가 되었다. 심호흡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입학식 준비 기간이 늘어났고 나의 복직 적응 기간은 길어졌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적응하라는 운명인가?
#5 우리아이 돌봄 어쩌지
2월 마지막 주. 어린이집이 휴원을 하고 벌써 며칠째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6살, 5살 연년생 남매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하루는 건조대를 텐트 삼아 놀다가 건조대를 부러뜨렸고 하루는 냉동 블루베리를 쏟아붓고 그 위를 돌아다녀 매트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개학이 미뤄졌다. 어린이집도 휴원이다. 하지만 3월 2일 전 교직원 정상출근이라는 말에 선택지를 고민해본다. 아이는 어떻게 해야하나...
'남편과 돌아가며 휴가? 친정? 시댁? 아니면 데리고 출근?'
코로나 때문에 비상인 남편 회사는 휴가는커녕 주말마다 출근에 매일 야근이었다. 같은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 데리고 출근한다고도 하셨는데 애 둘을 데리고 출근하는 건 나에겐 가장 마지막 선택지였다. 친정에 연락을 드렸다. 확진자가 지나간 동선에 사시는 부모님의 기침 소리에 아이를 봐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해야 하는 일들을 다 미뤄주신 시어머니 덕분에 시댁에 아침 일찍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했다.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서로 물었다, “아이 어떻게 했어?” 남편, 시댁, 친정, 공동 육아, 어린이집 긴급보육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의 돌봄을 매워가고 있었다. 가장 아이 키우기 좋다는 교사인 나도 애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걸까?
개학이 2주 더 미뤄졌다. 다음 근무 때는 또 어떻게 하지?
#6 온라인 학습 어쩌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면 교육이 불가능해진 학교는 가정에서도 학생들이 손쉽게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교사가 이런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 활용이 익숙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활용하기엔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플랫폼일까? 기준을 정해놓고 여러 플랫폼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과의 소통, 누적되는 학습결과(기록), 그리고 손쉬운 접근성.
클래스팅을 생각해본다. ‘클팅~’소리와 함께 고학년과 자주 소통했던 SNS. 지금은 ‘칸아카데미’ 형식처럼 학습컨텐츠까지 연동되고, 학습결과도 기록된다. 학생이 가입하기 가장 편리한 점도 장점이다. 그런데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계획을 생각해보니 ‘위두랑’도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건 학생들이 에듀넷 계정을 만들어야 하고, 여기엔 부모님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부모님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손가정은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가정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마인드맵 기능도 좋고, 소통도 되고 괜찮은데.
E학습터 컨텐츠를 활용해볼까? 그런데 영상을 보기만 하니 약간 수동적인 학습이 된다. 구글클래스룸? G-suite 신청된 상태라 충분히 시도 가능하지만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 교육청에서 무료계정을 지원하는 Teams는 너무 무겁고 학생용 계정만들기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너무 많다. 아... 선택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하는 걸까? 이거 정말 효과는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선택하는 토의를 하고 싶지만, 토의의 결과는 ‘이게 의미가 있냐’로 끝나버리니 토의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이고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