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가 바꾼 교사의 일상을 말하다.(1부) -휴업이 발표 되기전
전염병 사태로 유래 없는 장기휴업을 맞은 3월,
급박하게 돌아가는 다양한 상황 속 교사들의 생각을 8편의 그림과 글로 전합니다.
1부
1.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2. 3월 2일에 개학할 수 있었을까?
3. 교육과정 다시 하셔야죠?
2부
4. 갑자기 붕뜬 2월말
5. 우리아이 돌봄 어쩌지
6. 온라인학습은 어떻게 하나
3부
7.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지 못하다
8. 개학하고 싶어졌다.
#1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처음 중국의 한 도시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별거 아닌 것이라 생각했다. 워낙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나라에, 괴상한 영상이 온갖 모여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 인터넷이라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퍼져 나가던 COVID19는 어느새 나의 의식과 생활 패턴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타인과의 만남이 꺼려지게 된 것이었다. 마음 놓고 술자리에 나갈 수도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감염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무증상 감염도 있다는데, 혹시 나에게도 이미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은 아닌지, 이 바이러스나 내 가족에게 옮아가는 것이 아닐지, 아빠한테 안기려고 달려오는 딸을 차마 한 번에 안지 못하는 내 처지를 보며, 그제야 상황이 심각해짐을 깨달았다.
혹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이 나를 볼 때 ‘저 사람 혹시 감염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어쩔 수없이 침잠시키는 상황에서, 내가 정말 확진자가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2주 간의 격리도 정말 버티기 힘들겠지만, 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과 마음껏 포옹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내가 맡은 수많은 업무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을까. 동료들은 나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이야기하고 있을까.
#2 3월 2일에 개학할 수 있었을까?
학교마다 방학 기간이 서로 다른데,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1월 말에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 전까지 2주 정도 어정쩡하게 학기가 남아 있었다. 뉴스에서 한창 신종코로나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던 때라, 아이들은 부모님이 단단히 일러주셨는지 마스크를 꼭 끼고 등교했다.
“열은 없니? 기침이 나면 선생님한테 바로 말해줘야 해.”
나도 유난을 떨고 아이들도 처음엔 긴장해서 손을 열심히 씻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주인 없는 마스크가 하루에 한 두개씩 바닥에 뒹굴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도 숨이 답답한지 쓰는 시늉만 하고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다니기 일쑤였다. 하긴 나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니 마스크 끈 닿은 자리가 쓰라렸다.
몇 년 전, 독감이 한참 유행하던 때에 하루 만에 독감이 교실에서 확 번진 악몽이 떠올랐다. 의사의 오진이었는지, 증상이 갑자기 발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침에 병원에 가서 괜찮다던 아이가 뒤늦게 갑자기 독감이라고 했고 거짓말처럼 그 아이 주변에 가깝게 앉았던 아이부터 독감 발병이 시작되었던.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인데. 개학 할 수 있을까? 두렵다.
#3 교육과정, 다시 하셔야죠?
2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고, 인터넷에선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개학을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많은 목소리 속에서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안돼요.. 그냥 개학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맞다. 교육과정 편성의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자가 아니었다면, 개학 연기를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입장이 바뀐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라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걱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교육과정 작업을 하던 23일 저녁, 개학을 1주일 연기한다는 속보가 떴다. 속보와 함께 머리를 강타한 생각.
‘학사일정 어떻게 바꾸지? 우선 진단평가랑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날짜를 미뤄야겠네...’
폰에는 문자, 카톡, 전화가 빗발친다.
“부장님, 학년교육과정 어떻게 해요?”
“우선 교육과정 올스톱해주세요.”
한창 진행 중인 학년교육과정 작업을 중단시키고, 잠깐 숨을 고른다. 아무래도 1주일 연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아예 마음을 비우자. 하지만 혹시 모르니, 기본적인 학사일정이랑 시수는 좀 손을 봐둬야 하겠지? 한숨 푹푹 쉬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눈알 빠지게 수정 완료. 다시 작업하는 일이 없기를 빌어보지만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2주의 추가 연기 결정이 내려진 날, 드디어 마음을 온전히 비웠다. 그래, 교육과정 따위, 어떻게든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
(자율휴업일을 없애고 조금이라도 더 방학을 확보하는게 낫겠지? 그냥 2월 등교를 없애고 1월 중에 종업식까지 모두 끝내는 일정으로 해볼까? 아, 맞다. 오늘은 그만 생각하기로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