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쌤의 수업일기] 가을+수학 꼬리잇기
사랑쌤의 수업일기를 시작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교사이지만, 수업을 쌓고 쌓다보면 수업에의 전문성이 생길까 하여 매일매일 고군분투 하고 있답니다.
그저, 애썼구나- 하는 따뜻한 눈길로 봐주신다면 더할 감사가 없겠네요.^^
"수업 재구성" 이라는 말은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단어와 함께, 교육과정 문해력이라는 말과 함께 현장에서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그냥 제 식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교사가 내 아이들과 더 쉽고 재밌고 의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 전문가인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요즘 대부분, 교사들 (특히 초등교사) 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교사도 의사처럼 전문직이다 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게 대부분이구요. 언론이며 사회며 교사의 전문성을 크게 인정해주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누구나" "교과서만 있으면" 특히" 초등학교" 수업 쯤은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반박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발휘한 좋은 수업을 하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저학년 교과서는, 참 뜨악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게 뭐지? 이게 끝인가. 아이들이랑 이걸로 뭘하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간단하고 싱거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꼬리잇기 그림이 나와있습니다. 설마? 꼬리잡기야?? 그 위험한 꼬리잡기??? 하고 설레발을 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꼬리 잡기는 아니고 꼬리 잇기 게임활동입니다. 아이들은 친구(이웃)과 만나 서로 인사하고 가위바위보로 자신의 이웃꼬리를 만들어 가는 활동입니다. 생각만해도 아이들은 꽤 즐거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마 몇 번 안에 재미없다고 놀이터에서 놀면 안되냐고 또 볼멘소리 할 아이들의 모습도 연달아 떠오릅니다.
필히, 다른 규칙이나 활동을 더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 차시 내용을 들여다 봤지만 마땅한게 없어 다른 교과에 눈을 돌립니다.
마침, 전날 수업한 수학교과가 떠올랐습니다. 수의 크기 비교와 짝수 홀수를 가르쳤습니다. 네. 가르쳤습니다. 다 배웠는진 모르겠지만요... 학력의 격차가 꽤 큰 수학교과는 복습을 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의 흥미는 당최 끌 수 없고,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잘몰라 혼란스러운데 안다고 잘난척하는 아이들 눈치에 제대로 말도 잘 못하거든요. 이 수업 후에도 아이들은 짝수와 홀수를 헷갈려 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꼬리잇기 활동에 수학 복습을 살며시 넣어봅니다.
먼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주문을 합니다. 양 손바닥에 100까지의 수 중에 쓰고 싶은 숫자 하나씩 큼지막하게 써서 운동장에 나가자고. 아이들은 양 손에 하나씩 숫자를 쓰고 누가 볼까 주먹 꽉쥐고 운동장에 모입니다.
가을 교과서에 나온 활동을 설명하고 몇 번 진행합니다. 금방 아이들은 룰을 이해하고 꼬리 잇기 게임을 즐겁게 합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뒤에 꼬리가 됩니다. 역시 몇 번 하고 난 아이들은 금세 시들해집니다.
이번에는 오른손에 있는 숫자를 활용합니다. 친구끼리 만나면 손바닥을 보여주고 더 큰 수, 또는 더 작은 수 친구가 꼬리가 되는 게임입니다. 큰 수를 적은 아이들은 환호를 하며 돌아다닙니다. 작은 수의 아이는 도망다니기도 하구요. 번갈아가며 게임을 몇 번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왼손에 있는 숫자를 활용합니다. 짝수는 짝수의 꼬리가 될 수 있고 홀수는 홀수의 꼬리가 될 수 있습니다. 짝수와 홀수 중에 어느 꼬리가 더 길까? 하며 다시 게임을 합니다. 아직 헷갈리는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 이게 짝수냐 홀수냐, 이게 왜 홀수냐, 짝수 아니냐, 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게임활동 속에서 조금 복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재미있었는지, 수업 후에 점심시간에도 꼬리잇기 놀이를 했다며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해줍니다.
이제 짝수홀수 잘 알았다고 묻지도 않은 예쁜 말을 해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사실, 수업재구성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간단한 "수업 합치기" 정도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래도 오늘 티끌 하나가 제 수업전문성에 한 톨 정도 쌓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저보다 더 훌륭하신 선생님들,
내일도 즐거운 수업하세요^ㅡ^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