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술취향] 넓디 넓은 바다가 그리운 날
반짝이는 넘실거림, 끝이 없는 넓은 푸르름.
어릴 때, 수영을 배워서인지 나는 물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여름에 남들처럼 계곡이나 바다로 피서를 떠났지만 중, 고등학교 시절엔 바다에 갈 일이 많지 않았다. 있었다 하더라도 빽빽한 학원 스케줄에 갈 수 없었다.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행을 다니고 수영복을 사면서 다시 바다에 가기 시작했다.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바다와 물이 있으면 수영복을 꼭 챙기고 바다에서 하는 액티비티는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즐겼다.
바닷속에 있으면 육지의 고민, 걱정거리들은 흩어졌고, 흘러가는 파도에 내 몸을 맡겼다. 바다의 품 안에서 나는 자유로웠고 편안했고 포근했다.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질 때쯤 모래알의 감촉을 느끼며 해변으로 나오면, 저녁노을이 비친 주황빛의 바다는 나를 매료시켰다.
이십대 중반이 되서야 알았다.
'아, 나는 바다가 참 좋구나.'
그런 바다가 그리울 때 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
이은 작가의 그림이다.
처음 이 작가의 그림을 본 건 부산의 한 카페였던 것 같다. 바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구독했다. 그리고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서울 개인전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울의 경복궁 옆 카페에서 다시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림 안의 사람이 되어 나의 조그맣고 귀여운 강아지벗과 함께 바다 속을 부유하고있는 기분이 든다.
이 그림은 내 방에 걸어놓고 싶었던 작품이다.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밤하늘의 별을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매일 아침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품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바다 위에 둥둥.
사진에 잘 안 보이지만 작품 아래 쪽에 나와 강아지벗이 있다.
무한한 곳에 오직 나와 너, 우리만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발랄함과 편안함.
이 그림은 편안하면서도 약간 무서웠다. 깊은 바다의 품에 끝없이 안 길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과 동시에 심연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무서움이 느껴졌다.
핑크색감으로 젊고 밝은 느낌이 든 작품들. 카페에 걸어놓기 좋을 것 같다.
나머지 작품들이 유화였다면, 이 작품들은 수채화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과 전시일정이 궁금한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이은 작가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ee_eun24/)
이 작품들을 사진으로 남긴 건 지난 여름이지만, 요즘도 작년과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들로 전시를 하고 있다.
5월이 끝나기 전에 가보고 싶다.
이번엔 내 방에 어떤 작품을 걸고 싶어질까.
[전시 안내]
안국역과 경복궁역 사이 호아드. 북촌에 간 김에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54-3 호아드 갤러리 http://kko.to/WV0NDpT0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