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싶은 날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지금 느끼는 감정과
지금 보이는 표정이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 어른들도 그렇듯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매번 세심하게 감정을 읽어주지 못하는
못난이 담임은 미술 수업에서라도
속마음을 들어보고 싶어서
작품 하나 골라봅니다.
가면에 둘러싸인 앙소르...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일까요?
이 그림을 함께 보고,
나의 다양한 감정과 표정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나의 감정, 그 때의 표정, 그 후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나누며
활동지를 작성해 보았어요!
나 인 듯
내가 아닌
그런 모습의 연출을 위해
얇은 마스크팩 시트지를 준비했습니다...(^0^)//
그 위에
감추고 싶었던 표정, 바꾸고 싶었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엄마가 쓰지 않으시는 화장품을 준비하고,
선명한 표현을 위해 싸인펜, 유성펜 등도 함께 갖추었어요.
평소 화장에 관심이 많던 여학생들은
진짜 자신의 얼굴에 화장하는 듯 신이 났고,
남학생들 역시 선뜻 해 보기 어려웠던 재료 사용에
향기까지 킁킁 대며 열심히 활동했답니다.
(손에는 온갖 반짝이들이... 우리 어머님들, 펄이 든 색조 화장품을 많이들 쓰셨나봐요...ㅋㅋㅋ)
완성 후에는
마스크팩 직접 쓰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과 표정이었는지를 발표해 보았어요.
(처음에는 다들 낄낄 웃었는데, 점점 진지해지는 표정들이 너무 웃...겨서... 참느라 힘들...^-^;;)
부모님께 혼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등교했어야 했던 일,
친구들과 놀다가 혼자만 실수해서 울 뻔 했지만 놀이가 끝나버릴까봐 꾹 참았던 일,
학급 회장에 당선되었지만 제일 친한 친구가 떨어져서 좋아할 수 없었던 일 등
다양한 상황과 그 때의 기분, 감정과 달랐던 표정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표정을 감추는 것은
좋은 것일까, 아닐까? 라는 우문(愚問)에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다르죠...!!"라고
현답(賢答)을 내놓는 아이들...
이번 미술 시간에도
선생님만 제자리 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