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 줍는 교실살이-4] 꿀 같은 쉬는 시간
쉬는 시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공부 시간에 수업 방해 행동을 많이 하던 아이가 아주 잠깐 집중하는가 싶더니, 다시 쉬는 시간이 언제 오는지 자꾸 물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쉬는 시간? 너는 공부시간을 거의 다 쉬는 시간으로 썼는데 어쩌지? 그 대신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걸로 할까?”했다. 그런데, 녀석의 당돌한 대답에 한 방 먹었다. “와! 그럼 40분 쉬고 10분 공부하니까 좋은 거네요? 앗싸!"
그 순간엔 좀... 기가 찼지만, 아이들에게 참 꿀 같고, 아무리 길어도 짧게만 느껴지는 게 쉬는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솔깃했다. 이 아이들의 신체 리듬에도 그게 딱이고, 나도 하루에 쉬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의 비율이 4 : 1이라면 좋겠다.
아무튼, 쉬는 시간은 참 짧다. 아이들끼리 놀이 한 판 하기에도 짧고, 나 역시 숨을 천천히 돌리고 다음 수업 준비를 하고 싶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생활지도 역시 교육의 한 영역이니까. 특히 저학년 담임은 더하다.
물을 뜨러 가거나 화장실에 가는 잠깐의 시간을 내는 것도 작전(?)을 세우고, 아이들의 상태를 봐서 얼른 다녀온다. 갑자기 급할 땐 아이들을 '그대로 멈춰라' 시키기에 효과 만점인 동요 영상을 틀어두고 후다닥 다녀오기도 하고.
" 바쁘다, 바빠!"
하지만, 주의! 아무리 당부해도 그 잠깐 사이에 선생님을 찾아 복도까지 헤매는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잠을 자다가 한밤중에 깬 아이처럼 서성거리며 복도에서 나를 큰 소리로 부른다. 들어가 있으라고 하는데, 뒤를 따라 두 세 명이 꼭 같이 나오고 있고...
그런데,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를 내게 들고 올 때가 많다. ‘한 번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볼래?’ 하면 답을 몇 초만에 척척 잘 찾아내는데도,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은가보다. '내게 안 묻고도 해결하는 날이 과연 올해 안에 오려나?' 생각하지만.... 때로 질문쟁이들 덕에 내 건망증이 보완되어, 고마울 때도 많다는 점. ^^ 까먹을 것 같은 일은 칠판 귀퉁이에 암호처럼 적어두면, 그게 뭔지 아침부터 꼭 물어봐주고, 내가 활동 안내를 할 때 자세히 말하지 않은 부분을 그 아이들이 꼭 물어봐준다. 다른 아이들보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걸까나.
그럼,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쉬는 시간, 도대체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던가, 한 번 돌아보았다.
1. 폭풍 검사
내 경우 익힘책은 수업 시간에 바로 풀고 스스로나 모둠끼리 매긴 뒤 틀린 것을 고치게 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풀이과정이 중요한 단원이나 직접 그림을 그리는 도형 단원처럼 매기기 애매한 경우 내가 꼭 걷어서 매기는데, 아침에 걷어두고 바로 매겨두지 않으면 퇴근 시간 이후 매길 틈이 없어 내가 며칠 동안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빨리 손에서 털수록 좋으니, 쉬는 시간에 틈이 나면 폭풍 채점을 한다.
일기 댓글은 익힘책보다 집중을 더 해야 해서 쉽지 않지만, 일과 중에 일기 댓글 다 달기에 성공하면 굉장히 뿌듯하다. 가끔 바빠서 도장만 찍고 나누어주면 아이들이 섭섭해 하고, 내 댓글을 보물처럼 읽는 모습이 참 예뻐서 꼭 한 마디라도 달아주려 하는 편이다.
2. 생활 지도
급하게 업무 연락이 와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 나는 누군가가 다른 일을 하는 중에 급하게 보채면 기분이 날카로워진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빨리 해결하는 걸 못해서, 일과 중에는 쉬는 시간이라도 메신저 확인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빨리 해야 할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근데, 그럴 때 꼭 아이들이 다투거나 이르러 오는 경우가 많더라. 그럴 때는 머리에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의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리 다 지켜보고 있다가 명쾌하게 솔로몬의 재판처럼 한 번에 해결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직 ‘일어난 일을 차례대로 말해요’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띄엄띄엄 말하는 자초지종을 파악하다보면 쉬는 시간은 이미 끝나고도 남았다.
3. 보충 학습
국어 시간에 ‘내 생각’을 쓰라는 게 너무 어려운 아이, 수학 시간에 배운 것을 까먹어서 문제를 자꾸 못 푸는 아이들은 수업 시간 안에 문제를 다 못 풀어낸다. 그리고 문제가 어려우면 그걸 계속 파는 아이들보다는 얼른 회피해서 친구랑 떠들거나 낙서를 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다보면 다른 친구들은 다 끝내고 쉬는데, 그 아이들은 텅 빈 교과서만 앞에 두고 일어나지는 못하고, 문제를 풀지도 않은 채 어정쩡하게 앉아 있다.
마무리를 하고 쉴 수 있도록 설명해주기도 하고, 계속 노는 아이들 구경하느라 마무리조차 안 하면 나무라기도 한다.. 마음은 좋지 않다. 실컷 쉬고 놀아야 또 공부에 집중이 될 텐데, 머리를 쓰고 또 다음 수업 시간이 되면 자기도 힘들 테니까. 하지만 그걸 그냥 집에서 마무리해오도록 하거나, 안 하고 넘어가거나, 마치고 남아서 하는 등의 방법을 해보니 다 부작용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이렇게 생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늘 몸이 열 개이면 좋을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에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면 무척 긴 시간이 지난 기분이다. 일하고 공부할 때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참 다르다. 휴일에는 조금만 멍 때리고 있어도 금방 2시가 되는데 말이다. 궁시렁 궁시렁, 쉬는 시간 이야기는 여기까지!
금요일 연재 글인데 일요일 저녁에 마무리한다. 내일도 학예회 준비로 바쁜 월요일이 되겠지만, 여유를 스스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어바웃 타임' 영화의 주인공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