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 소모임]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볼까(2)
위 그림은 실제로 에듀콜라 사람들에게 홍보하며 소모임을 모집할 때에 썼던 웹자보이다.
(지난 글)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YuLusia&wr_id=370
3. 모임, 좋다! 그런데 뭐부터 어떻게 하지?
글쓰기 모임을 왜 하려고 하나? 이에 대한 답은 명쾌했다. 글이 써지지 않으니, 모여서라도 쓰자.
마음은 글을 꾸준히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시간을 내고 싶은데, 따로 시간을 낼 만큼 의지를 다잡지 못한다. 그러니 강제로라도 시간을 마련해 글을 쓰자! 운동을 혼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굳이 돈을 내고 레슨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집중할 시간과 공간, 함께 집중할 사람들이 있어야 약한 의지를 극복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비록 온라인이지만 함께 모이면 우리는 쓰게 될 것이다.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우리는 '돈'을 걸 것이다.
자, 그럼 모이면 되겠네. 그러나 아직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언제 모이지? 시작은 어떻게 하지? 모여서 시작~ 하고 조용히 쓰기만 하면 되려나? 글의 주제를 정해야 할까, 그냥 내키는 대로 쓸까? 각자 자기 글은 자기만 볼까, 합평도 서로 해 주는 게 좋을까? 초기 멤버 3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우선 엉성하더라도 초안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멤버 전체가 모여 의견을 나누어 보기로 했다.
온라인 회의를 열어, 회원마다 돌아가며 모임에 대한 의견과 바라는 점을 나누었다. 우선 ‘미리 글을 써 와서 합평 한다’는 생각은 실천하기 어렵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모임을 가입한 이유가 글쓰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것이어서, 미리 써 오는 숙제는 부담이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쓰기만 하자'는 쪽으로 결정.
합평에 대해서 의견이 좀 갈렸는데, 괜한 '칭찬' 보다는 솔직한 의견을 듣는다거나 이번 기회에 글과 문장을 개선해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충분히 글을 살펴보지 못하는 온라인 상황에서 갑자기 글을 '평가' 하는 자리가 되는 것은 서로 부담이라는 쪽으로 더 많은 의견이 모였다.
그래, 그럼 쓰기만 하는 걸로 하자. 다만, 그래도 모임인데, 서로의 글에 피드백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서로의 글을 함께 보고 댓글을 다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할까? 여러 고민을 하다가 더 좋은 의견이 나왔다. 그날 글을 쓰기에 앞서 각자 그날 쓸 글감을 간단히 이야기 나눈 뒤 글을 쓰자는 거였다. 그 과정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 격려나 좋은 피드백이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럿이 동의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덧붙이자면 막상 운영해 보니, 약간의 부작용은 '과한 수다'였다. 사실 처음엔 내가 이러려고 글쓰기 모임을 잡은 게 아니었는데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려고 너무 분투하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속내를 털어놓는 대화도 할 수 있었고, 신기하게도 어느 틈인지 마지막엔 짧게라도 글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 2주에 1번(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횟수)을 매주로 늘리고, 유동적으로 참여를 하자는 거였다. 사실 다들 도와주신다고 하지만, 막상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잘 안되는 주가 늘어가지 않을까 염려와 부담이 컸다. 그래도 더 해보자는 의견은 일단 수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눈 딱감고 응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잘한 것 같다. '목요일은 글쓰는 날' 이라는 습관이 잡히려면 오히려 '자주' 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돈을 건 것을 어떻게 페이백할 것인가? 인증 목표를 정해야 했다. 우선 '모임 최소 참여 횟수'와 매달 꼭 써야 하는 글의 수를 정해서 그걸 달성해야 돌려주는 방식으로 했다. 글은 만약 개인 사정이 있어서 그날 다 쓰지 못해도 꼭 숙제로 올리기로 했다. 반대로 최대목표를 정해, 달성시 추가로 리워드 (벌금 나누어 갖기 등)도 해보자고 했다.
자, 이제 모임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