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콜라 소모임 준비기]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볼까
에듀콜라 글쓰기 소모임 준비기
‘글쓰는 밤’
1. 글쓰기를 미룬 까닭에 대한 변명
언제부턴가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잘 안됐다. 초조한 날들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언제 30대 후반이 되었지?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을 반의 반도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는 할 수 있을까?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데 앞으로 뭘 하고, 뭘 버려야 하지?’
내게 즐거운 일이면서도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것,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일들. 그러다보니 시간과 노력이 들고 돌아오는 반응이 적은 ‘글쓰기’는 미뤘다. 어쩌다가 기록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볼만한, 혹은 써먹을 만한 주제와 소재를 찾았다. 만화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들이는 공에 비해 글보다 쉽게 읽히고 공감을 얻었다. 곧 10컷 이내의 간단한 만화를 즐겨 그리게 되었다.
(여담으로, 우습게도 말로는 시간에 쫓긴다고 하면서도 멍하니 엄지손가락으로 10초가 안되는 동영상을 스크롤하며 매일 뇌를 조금씩 더 살살 녹이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도파민에 생각보다 심각하게 중독된 게 아닐까. 이제는 짧고 빠른 것만이 내게 만족을 주는 걸까. 서재에 읽으려고 아무리 눈에 띄게 배치한 책도 내 눈을 끌지 못했다.)
어쨌든 만화라도 꾸준히 그리면 좋은 것 아닌가. 물론이고말고.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언제부턴가 내가 의지하던 짧은 만화조차 소재가 막히는 걸 느꼈다. 자잘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동시에 별 이유가 없기도 했다. 그냥 그리고 싶은 의지와 동기가 줄고 힘이 딸렸다. 과연 내가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매일 그릴 수 있는 소재가 무얼지 고민해 봤다. 찾기 어려웠다. 제보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너무 어두운 사연을 그리자니 좀 내키지 않았고,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리자니 내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무거운데도 그리는 게 가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시간이 길어지니, 이제 기록이나 글쓰기 자체가 이제 내게 맞지 않는 옷 (또는, 여유가 없어서 가질 수 없는 옷)이 된 것 아닐까.
2. 공동체라면 어떨까
그러다가, 문득 공동체의 힘을 생각했다. 재작년 서울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1년 동안 저녁시간마다 시간을 쪼개어 작가 공동체(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 나갔더랬다. 근무를 하면서도 저녁수업에 매주 과제도 많았다. 심지어 우리끼리 전시 계획부터 포스터 인쇄까지 손수 하는 세 번의 합동 전시회까지 치렀다. 신기한 건 오히려 바빠도 생기 있는 한해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랬다. 함께 배우고 같은 고통(?)을 겪으며 마음을 나누고 서로가 신선한 자극이 되어 주는 게 참 좋았다. 내가 잘 살고 있다,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
그렇다면 글쓰기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모임이라도 해서, 함께 모여 있는 동안이라도 무조건 쓰는 시간을 가진다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일러스트레이션과 글은 다르지만.
혼자도 벅차서 누굴 만나는 일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체를 떠올린 게 좀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혼자가 벅차다는 마음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었다. 공동체의 좋은 점이 희석되고 부담만 기억하기에, 내게 가장 필요한 건데도 시작하는 게 두려운 건지도 몰랐다. 운동이 꼭 그렇다. ‘가장 운동하기 싫고 몸이 무거운 것 같을 때, 그때가 바로 운동이 꼭 필요한 때'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기억에 오래 남았다. 실제로 겪어 보니 그 말은 정말 틀린 게 하나 없었다. 몸이 이상하게 무겁고 힘든 시기, 어떻게 운동을 하냐고 말했지만 막상 움직이니 오히려 피로가 풀리고 몸이 달라지곤 했던 것이다. 글쓰기가 귀찮아진 것 역시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글을 써야 하는 때라서 그런 게 아닐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