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있음을 드러내고 꽃피우자-5] 독립출판 수업 듣기(1)
저는 어쩌다 교육에세이를 독립출판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소박한 바람으로 시작했을 뿐입니다. 독립출판물 제작에 대해 배우면서 내가 이미 써 온 글 몇 개를 엮어, 얇고 작은 공책 모양으로 출판물을 하나 만들고 주변 지인에게 나누어주자! 분명 그랬는데, 점점 분량이 늘어나 중철이 아닌 무선 제본으로, 시집 한 권 두께쯤은 되는 ‘책처럼 생긴’ 책이 되어 버렸지 뭡니까. 어찌 된 일일까요?
SNS를 하다 보면, 재미있어 보이는 문화 강좌, 수업에 대한 홍보가 눈에 띄곤 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진메이킹 클래스’라는 수업입니다. 대구에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고스트북스’서점에서 독립출판물 제작 방법을 가르쳐 주고, 결과물로 작고 얇은 잡지 형태의 책(Zine)을 만드는 실습을 한다고요. 서울 쪽에는 많다고 들었지만 대구에는 독립출판 수업은 아직 이곳말고는 잘 없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준비할 필요 없이 일단 평소에 에듀콜라에 쓰던 글 중 연속된 것 몇 편을 뽑는다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매년 있는 수업이긴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다가, 작년 겨울에 공교롭게 시간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안내 글귀가 적힌 전자메일을 받고, 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드디어, 첫 수업 날!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에 미리 가서 이 책 저 책을 구경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되니 책방지기들은 작가로 역할을 바꾸고 수업 준비를 시작했으며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 8명이 모여들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이도, 직업도, 책으로 만들고 싶은 내용과 그 색깔도, 만들고 싶은 형태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했지만, 책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덕인지, 얼굴에 아이 같은 설렘과 기대가 드러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도 그랬겠죠.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데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막연함도 있었지만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책 구상에 대해 들으니 흥미롭고 읽어 보고 싶어서, 꼭 완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책을 200쪽 넘는 분량의 글을 엮어 만든다고 했는데, 이 때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글이 있는데, 더 정리해서 분량을 늘려볼까?’하고 욕심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는....)
수업을 들으며...
수업에서는 처음 책에 대한 구상단계부터 실제 인쇄와 판매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출판 계획은 어떻게 잡아 가는 것이 좋은지 쭉 짚어주었습니다. 이 단계를 바탕으로 각자 나의 가상 계획을 써 본 것이 별 것 아닌 듯해도 중요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인쇄소에서 쓰이는 여러 생소한 낱말들도 알게 되었고, 흔하게 빠뜨리거나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지를 넣을 때 해상도가 최소 300을 넘어야 인쇄할 때 이미지가 깨지지 않음을 뒤늦게 알아버렸을 때는 탄식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늘 손그림은 크기를 넉넉하게 그리고, 디지털 그림은 해상도를 300 이상으로 해서 작업합니다.
특히 혼자서는 절대 도전해 보지 않았을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익히고 사용해 본 것이 큰 수확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윤곽, 도련 등 치수를 잰다거나 효율적으로 글과 이미지를 넣는 순서 같은 게 여전히 헷갈리긴 하지만 기본 기능은 쉬웠고,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처음으로 시작되던 무렵이 수업 초반과 얼추 시기가 비슷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거나 수업 날짜가 미루어지기도 했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수업은 무사히 끝났지만, 출판은 이제 시작인 셈이었습니다. 각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정해진 날짜 안에 출판물 원고를 완성하고, 인쇄소에 맡기는 것까지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원고 갈무리
원고를 어떻게 정리할지 조금 막막했습니다. 바로 인디자인에 넣고 수정하려니 자신이 없어서 먼저 평소에 매우 익숙한 한글 프로그램에 글을 넣고, 문장부터 다듬고 교정도 보았습니다. ‘미래를 모릅니다만 감히 토론해 봅니다’(SF온작품읽기 토론수업) 책을 선생님들과 공저할 때 문장 다듬기 및 교정 작업을 몹시 치열하게 했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입술 꾹 깨물고 내가 쓴 부분을 도마 위에 올리면, 빨간 교정 표시가 빗발치고 깊은 한숨이 푹푹 나오던, 매우 유익하고도 고통스런 시간이었죠)
어쨌든 제가 예전에 어설프지만 당당하게 쓴 글을 보니, 자랑스럽기보다는 어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혼났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다듬어 다시 문장 또는 문단들을 뽑아냈습니다. (물론 지금 문장이 안 어설프다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발전한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비록 혼자 하는 독립출판이지만, 그래도 에듀콜라에서 썼던 글을 책으로 내면서 축하와 응원을 받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 글이나 그림을 평소 오래 봐 왔고 좋게 평해 주신 적이 있는 몇 분의 (주로 에듀콜라 집필진)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책 뒤표지에 실을 추천의 말을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 반장선거에서 “저는 저를 추천합니다! 빨리 저를 추천해 주세요!” 하는 느낌이랄까요? 출판사를 통해 번듯하게 나온 책도 아닌데, 다행히 선생님들께서 뻔뻔(?)하다고 욕하거나 의아해 하지 않고 흔쾌히, 진심으로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쇄와 그 이후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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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쓸데 있는 잔소리>
1. 글을 바로 붙여 넣기 전에, 문서 파일에 배치해 보자.
① 왜 그래야 할까?
나의 경우 인디자인에 바로 글을 넣지 않고 먼저 한글 파일에서 글과 삽화를 대충 배치해 보면 편리했다. 실제로 인디자인에 넣을 때 좀 버벅이고 해서(물론 내 컴퓨터 문제도...) 넣은 뒤에 수정하려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
② 용지 설정
책 크기에 따라 같은 분량이어도 쪽수는 달라진다. 여백의 크기도 그렇다. 그래서 용지 설정부터 한다. (원하는 크기인 시중의 책을 구해 직접 자를 대고 재 보자.)
③ 글과 소제목, 삽화 등을 배치하기
④ 인디자인에 붙여 넣기
다 되었다면 한글 파일에서 글을 복사하여 인디자인에서 용지 크기, 여백을 설정한 뒤텍스트 상자에 붙여 넣는다. 인디자인에서 이제 글씨 배치를 정식으로 하고, 삽화도 넣어야 한다. 이때 한글 파일이 유용했다. 원래 파일을 출력해서 종이를 들고, 인디자인에 넣은 내용과 비교하며 훑어보니 혹시 빠지거나 밀린 부분이 있으면 바로 찾을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도망간 삽화나 숨어 있는 글씨 같은 것 말이다.
⑤ 세부적인 부분 꾸미기
책의 페이지 번호, 제목이나 목차에 쓰일 색깔 등 전체적인 디자인은 시중에 나온 책 중에 여러 가지 배치나 꾸민 방법이 마음에 드는 것을 참고해서 따라 만들 수도 있다. 글씨체는 ‘눈누’ 사이트를 활용했다. 저작권 범위를 잘 보고 상업적으로 무료 이용한 것들을 쓰거나, 내 돈 주고 내가 구입한 글씨체를 쓰면 되겠다.
2. 인디자인, 꼭 배워야 해요?
물론 인디자인을 배우지 않더라도 한글 파일 등으로 만들어 제본을 뜰 수도 있고, 자기들이 조금 편집하여 정식으로 찍어주는 인쇄소도 있는 것 같으니 아마 독립출판을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편리하고, 인쇄를 위해 최적화된 기능이 있으니 배울 수 있다면 꼭 배워 익혀 사용하면 좋겠다.
참고로 표지를 직접 만들고 싶다면, 책 두 페이지를 펼친 크기 + 책등의 두께 + 책이 인쇄될 때 잘려나가는 부분을 고려한 여백(상하좌우 3~5mm 정도 추가된다)을 생각하여 가로세로 크기를 정해 앞표지와 뒤표지가 이어지는 하나의 이미지로 파일을 만들어야 한다. 책등의 두께는 인쇄소 사이트에 ‘책등값(세네카) 계산기’에 종이 두께와 페이지 수를 설정하면 계산 되는 곳이 많다.
그밖에도 모르는 것을 인쇄소와 소통할 수 있겠지만, 인쇄소에 전화하기 전에 적어도 어느 정도 두께 (적어도 A4지 80g, 120g, 180g이 어떻게 다른지 만져보고 그것을 감안해서 두께 느낌을 상상해 보면 될 것 같다.)의 종이에, 몇 페이지의 원고를 만들 예정인지는 일단 정해 두어야 감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