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 있음을 드러내고 꽃 피우자] 창작수업 및 독립출판 후기_ 프롤로그
우리, 살아 있음을 드러내고 꽃피우자
학생 그림책 창작 수업 및 나의 독립출판 후기
연재 계획
1. ‘교육미술관 통로’를 알게 되다 (2018 말 이야기)
2. 책쓰기 동아리! 그림책을 만들자 (2019 한해 이야기)
3.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다 (2019 한해 이야기)
4. 작가님, 그거 알아요? 우리 선생님도 작가예요! (2019 말 이야기)
5. 진짜 내 책 만들기 – 독립출판 수업 (1) (2020 말 이야기)
6. 진짜 내 책 만들기 – 독립출판 수업 (2) (2020 말 이야기)
7. 창작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게 (2020 새해 이야기)
안녕하세요, 루루쌤입니다. 2019 한해는 어쩌다보니 ‘창작’의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 그 기운을 2020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데요. 그래서 올해 창작했던 이야기를 상반기 7편의 글에 걸쳐 써보려는 계획입니다. 새로운 지식이라기보다, 그저 배운 걸 실천해보면서 겪은 시행착오의 정리 쯤이 될 듯합니다.
뜬금없지만 고백합니다. 저는 그림이든, 수업이든, 딱, 제가 못하지 않고 재미있는 데서만, 힘들지 않는 선까지만 드러내보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깔끔하고 빠르게 정리하고 일 처리하는 것(특히 숫자, 표를 정리하거나 깔끔히 처리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어렵습니다. 마음은 급하고 손은 서툴고 머리속이 뒤엉킨 실뭉치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조금만 천천히 자에 종이를 대고 여러 번 칼질을 하면 될 것을 꼭, 급히 긋거나 가위로 잘라서 비뚤고 거칠게 잘린 학습지를 아이들에게 내어줘 버리는 식입니다. 급히 돌리는 회람은 꼭 저희 반에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자고 행방불명이 되곤 합니다.
늘 좀 그렇게 얼렁뚱땅 살면서도 겉으로는 ‘똑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애를 썼습니다. 저의 게으름과 서툶은 어찌 보면 인간적이라고 우길 수는 있겠으나, 평범한 교직 사회의 인간상(?)과는 참 다릅니다. 그저 옆을 둘러보면서 성실한 모습들에 반성도 되고, 난 왜 쉽사리 무기력해지나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얕고 넓게 이것저것 관심은 많고 일을 벌리긴 하는데, 깊이 꾸준히 공부하는 건 잘 안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도, 온작품읽기도, 공부한다는 사람치고는 부끄럽게도 갈고 닦는 것에 게으르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살면서 꾸준히 한 것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도 없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알아주는,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감정과 심리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고, 글이나 그림으로 종종 기록했습니다. 바라는 것도, 고민도, 두려움도, 열 받는 것도, 토해내고 기록했습니다. 비록 정돈된 방식은 아니었고, 휘발되기도 했고 폐기하기도 했지만.
이 공간, 에듀콜라에서 초반에 썼던 글들도 거의 일기와 같았습니다. 제 모자람과 고민, 넋두리를 가득 담은 일기.
그런데 글을 좀 오랜 기간 적다보니 그래도 글의 방향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내 글을 다듬으면서 글에 서 벌거숭이 마음의 민낯을 직면하게 되었고, 조언을 듣기도 하며 제 오랜 악습을 고치고 계속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쓰기'라고 하니,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은유 작가님은 늘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학인들과 함께 자신의 삶과 내면에 대해 나눕니다. 말하고, 쓰고, 서로 듣고 읽어 주고, 눈물 흘립니다.
존경하는 고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읽으면서 어린이들도 내면에 그런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느끼고, 꺼낼 수 있다는 것에 감동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교실에서는 교과 교육 속에서 이미 글쓰기 교육을 하고, 창작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교육이 지금 내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귀하게 여기고, 두려움 없이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는, 저부터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첫째로는 그 방법을 나부터도 잘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좋은 글’의 기준이 자꾸 글쓰기의 진실성보다 겉치레로 가도록 하는 잘못된 글짓기 문화가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좀더 제대로, 교실에서 만날 어린이들에게 좋은 물꼬를 틔워 주고 싶습니다. 함께 마음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리하면서 서로 힘도 되고 위로를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로까진 바라지 않을지라도 이미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가져와주는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힘이 분명 있으니 그걸 얻어가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아직 역량은 많이 모자라고, 분명 헤매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꾸준히 함께 글을 쓰고 표현을 자유롭게 하도록 돕는 데에 더 집중하고 힘을 쏟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그러한 실천과 함께, 작년에 했던 창작과 관련된 이야기도 먼저 가볍게 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차차 연재할 계획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과 공감은 글쓰기에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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