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교육] 본회의를 개최하다
본회의란 국회에서 안건에 대한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다. 학급으로 가져오면 학급회의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학급회의라고 부르면 심심하니까 배우장 국가로서 '본회의'란 이름을 붙였다.
이번 본회의의 주요 안건은 지원금 문제다. 3월과 4월을 거치며 빈부격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격차가 벌어질수록 가난한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학급화폐 활동의 목적이 '경제금융교육'이라면 교육에 대한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금 관련 이야기는 학급 임원들과 함께한 국무회의에서 했었다.
이제는 국민 모두에게 의견을 물어 최종 의사를 결정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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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과 4월, 두 달을 거치며 빈부격차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지원금 이야기가 나왔었죠? 현재 직업이 없는 학생들에게 100루비씩 지급하려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전에는 민주적인 학급을 만들겠다며 시작부터 학생 중심으로 진행했다. 2년 전의 나라면 "얼마씩 주면 좋을까요?"라고 시작했을 거다. 하지만 경험상 시작부터 학생들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면 안 좋다는 걸 느꼈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결국 목소리 큰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사가 생각하는 적절한 값을 먼저 제시하는게 낫다. 그리고 학생들 의견을 받아 맞춰가면 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교사 의견을 너무 자세히 제시하면 학생들이 생각할 기회를 빼앗는 꼴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결론이 '무직인 학생들에게 100루비씩 지급하자.'였다.
"3월에 직업을 가졌고, 4월에 직업이 없는 학생도 똑같이 100루비씩 받나요?"
"지금까지 돈을 많이 모아도 500루비 정도인데 100루비는 지원금으로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지원금은 국고에서 나가는데 100루비씩 지급하면 마이너스가 되는데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학생들 입에서 나왔다. 오히려 잘됐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최대한 들어주면 된다. 선생님은 민주적이다- 생색내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많네요. 선생님도 선생님 생각을 고집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국고가 바닥나지 않는 선에서 지원금을 조금 줄이면 되겠네요. "
"3월과 4월도 구분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3월에 직업이 없었던 학생 50루비, 4월에 직업이 없었던 학생 50루비씩 지급하는 건 어떨까요? 두 달 모두 직업이 없었으면 100루비를 받는 거고, 한 달 동안 직업이 없었으면 50루비를 받는 겁니다."
최종 투표를 통해 '월별 50루비'가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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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요한 일은 국민이 결정한다는 걸 배웠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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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을 지급하니 남은 국고가 167루비다.
"선생님 우리반 너무 가난해요."
국채를 도입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