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진로교육 도전기 : 사업에 도전하다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어 봅시다!"
마침내 사업을 도입했다.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곳에 돈을 써요.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뭘지 생각하며 사업을 생각해 보세요."
예로 과자사업, 제티사업, 안마 사업, 헬스 트레이너, 멘토 사업, 서비스 대행업, 책 대여 등을 들어줬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선생님에게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도록 했다. 조금이나마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사업 계획서에는 반드시 '이 사업을 통해 친구들이 얻는 것'을 적도록 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라는 의도다.
과연 어떤 사업들이 나올까?
"선생님 여기 사업 계획서요~"
#과자 사업
확인해보니 '재만이의 과자 가게'가 적혀 있었다. 과자 사업이다. 친구들이 얻는 것은 '행복함'이다. 제티 사업을 신청한 아이의 계획서를 읽어보니 '맛있는 우유'를 친구들이 얻는 것으로 적었다. 사탕 사업도 빠질 수 없다. 확실히 먹는 것이 최고다. 접하는 사업도 대부분 음식점이고, 먹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는 없다. 사업은 순식간에 번져갔다. 교사가 팔았던 과자는 찬밥 신세가 됐다. 아이들이 교사가 파는 것보다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과자 바구니를 직접 들고 와서 팔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루 만에 다 팔렸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
나는 아이가 실제 돈을 무리하게 쓸까 봐 걱정돼서 말했다.
사실 이 시스템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자본이 필요한데, 지금 시스템에서는 투자 개념이 없다. 자신이 가진 바둑돌을 투자해 과자를 사서 팔거나, 바둑돌이 부족하다면 빚을 내야 하는데 지금은 실제 돈을 가지고 과자를 사서 팔기 때문이다. 바둑돌이 손해 볼 확률은 0이다. 실제 사회에서의 사업 개념과 너무 달랐다.
고민했다.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흰 바둑돌 1개를 1,000원으로 하여 투자한 돈만큼 바둑돌을 걷을 것인지. 결국 난 현 시스템을 유지했다. 바둑돌을 투자 개념으로 걷으면 아이들이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별 고민 없이 사업을 신청하는 느낌이 들었다. '투자' 개념 없이 사업을 하게 된 상황이다. 후회가 들었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사업 개념을 가르친다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신나고 행복한 표정이 사업 개념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 보험 사업
다들 과자, 제티, 사탕에 빠져 있을 때 한쪽에서는 흥미로운 사업이 진행됐다. 바로 보험이다.
"선생님 여기 보험 계약서 복사해주시면 안 돼요?"
놀라웠다. 보험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계약서를 보니 허점이 많이 보였다. 아팠을 때 보험금을 준다고 했는데 아픔의 기준이 불분명했다.
"진웅아, 여기 아프면 바둑돌 10개를 준다고 했는데, 어떤 경우가 아픈 거야?"
"음, 보건실 갈 경우요?"
"그러면 친구가 보험금 받으려고 살짝 아파도 보건실을 갔다 오면?"
"음.."
"아픔의 기준이 더 명확해야 할 것 같아. 아픔의 기준을 조금 더 생각해서 써 와 보렴~"
보험 사업을 추진한 아이는 학업 성취도도 높은 아이였기 때문에 일부러 까다롭게 굴었다. 내가 더 욕심이 났다. 그렇게 3번 정도를 돌려보낸 뒤 최종 계약서를 받았다.
"진웅아, 아무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어. 그건 친구들 선택이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렴."
계약서를 복사해주며 걱정을 담아 말했다. 난 이 사업이 망할 거라고 확신했다. 보험금 10개를 위해서 일주일에 2개씩 보험금으로 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진웅이는 달랐다.
한 명씩 찾아다니며 보험을 팔고 있었다!
결국 10명 가까이 계약을 따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소득세
"소득세를 도입합니다. 사업으로 10개를 벌 때마다 소득세 1개를 선생님께 내면 돼요."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개념을 주고 싶었다.
"선생님 여기 소득세요~"
세금 내는 걸 싫어할 줄 알았는데 곧잘 낸다.
가만 보니 소득세 내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
돈을 버는 증거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