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pt 스토리텔링으로 수학수업을 하지 않는 이유
지난번 zoom 수학 수업의 한계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런데 zoom 수학 수업의 문제점은 코로나때문에 처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를 활용한 ppt 스토리텔링에 대한 것이다
'영화를 활용한 ppt 스토리텔링' 이라는 교수학습기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아니, 교수학습기법으로 보기에는
아주 많이 부족하다)
나는 이렇게 부르곤 한다
* 이 글은 ㅇㄷㅅㅋ 에 영화를 활용한 수학ppt를 올리는 선생님들을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의 수학 수업에 대해 성찰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글입니다.
6년전, 지난 학교에 있을 때
2년차 선생님이 수학 스토리텔링 ppt를 만들어 인디스쿨에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주제로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꽤 심도있게
내가 인디에 있는 영화를 활용한 ppt 스토리텔리으로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학은 칠판에 사고과정이 드러난 풀이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다시 풀이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습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칠판에 적힌, 내가 공책에 직접 끄적이며 풀었던 흔적은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다
그리고 사고의 과정이며, 칠판에 있는 풀이과정들은 교사와 학생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ppt처럼 수와 식이 나타났다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위해 사라지는 형태는 수학을 수학의 본질을 가르치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수학에 대한 재미, 흥미를 잡았다는 측면에서 수학적 태도는 달성했을지 모르나 수학의 본질을 가르쳤다고 보긴 힘들다
과연 영화 등장인물들이 나와 수와 식을 잠깐 해결하고 다시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그 과정이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수학적 원리의 이해, 추리력,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이런 ppt에는 미션해결 구조를 지향한다. xx를 무찌르거나 xx미션을 해결하면 무찔러야 할 상대가 나타나거나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미션해결구조를 원한다면 행복교실 체계적교수학습법 도입 35. 모험지도로 충분하다. 심지어 모험지도는 수학의 계열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학습의 흐름까지 잡을 수 있고, 모험지도 작성에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ppt 수학 스토리텔링이라?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영화로 그럴싸하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상호작용’을 기본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교사와 학생의 말과 행동을 재료로 하여 즉각적인 피드백이 작용한다.
그런데 ppt 수학 스토리텔링이란 그저 학생들이 영화 속 주인공이 펼쳐가는 이야기를 마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주로 말풍선에 적혀져있음)을 연기내어 대사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상호작용이 아니라 그저 흉내일 뿐이다.
물론 수학 ppt스토리텔링에서 사용되는 영화는 ‘갈등’을 기본으로 하여 대립과 투쟁 관계를 가진 인물 상호간의 역동 속에서 학생들은 갈등, 공포, 유머, 위기감 등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되고 또한 인물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영화를 활용한 수학 ppt 스토리텔링이 문학성과 예술성을 가졌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성과 예술성은 수학보다는 다른 과목에서 더 그 본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야기 자체가 영화의 이야기로 이미 정해져있다는 점이 교사와 학생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영화 속 이야기들이 과연 ‘수학적 상황’을 제대로 구현했을까 의문이다. 생활 속에서 수학이 필요한 장면을 교사가 이야기로 들려주며 학생들과 소통했다면 이것은 더 이상 수학이 생활과 분리된 느낌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은 ‘수학적 상황’을 토대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며 수학적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맥락 속에서 학습한 수학적 원리를 문제해결에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차시를 영화를 편집하고, 사진을 캡쳐하고, 교과서 속 내용을 캡쳐하여 ppt로 만드는 것이 수학적 흥미라는 토끼만 잡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