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소해서 말하기 치사하지만 말해보겠습니다.
살다보면 그런 순간이 옵니다. 입밖으로 말꺼내면 내가 치사해보이는 그런 순간.
애써 모른척 넘어삼키지만 그게 또 쌓이다보면 훅 하고 열이 올라오잖아요.
우리네 교실에서, 학교에서 그런 순간들은 유독 학교 외부인에게는 별 일 아닌듯 보여서 더 열이 받습니다.
아니, 설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너무 사소해서 말하기 치사하지만, 오늘만큼은 말해보겠습니다.
#1-1. 거 참 먹는거 가지고 너무 그렇게 하지 맙시다.
8,000원
과연 무슨 숫자일까요?
맞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끼 밥값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8천원짜리 밥 한끼 정말 찾기 힘듭니다.
“혹시, 카드 두 번 나눠서 결제해도 되나요?”
추가 결제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나의 소중한 저녁식사입니다.
야근을 해도, 출장을 가도 우리의 밥값은 언제 어디서나 8천원입니다.
그럼 간식은요?
협의실(혹은 연구실) 간식도 십시일반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삽니다.
믹스커피 하나 사주지 않는 학교가 야속합니다.
“공식적인 협의회 다과를 사러 나가는데도 여비부지급 출장이래요!”
학교 회식도 친목회라는 이름 아래에 곗돈처럼 부은 내 돈으로 먹는 학교.
후하. 제발 먹는걸로 치사하게 이러지 맙시다.
#1-2. 출장이라며.. 출장이라며..!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모두 출장입니다.
그런데 답사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사실 사람 일이라는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잖아요.
갑작스럽게 일정이 1박이 될 수도 있는건데, 이럴 경우 추후 청구는 커녕
같이 답사 간 학부모님 경비까지 교사가 개인 사비로 처리하다니요.
당일 이야기도 해 봅시다.
아이들과 함께가는 날, 입장료부터 모든 금액은 교사의 몫은 교사가 냅니다.
외부인 : “출장비 나오잖아요!”
그렇게 나온 출장비는 입장료와 식비, 버스 대절비를 내고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출장이라면서요 출.장.
특히 수학여행이면 며칠 온 종일 함께 있는건데, 밤새 불침번 서 봤자 최저 시급도 안되잖아요.
현장체험학습은 식비도 안나와요. 그러고 도시락은 우리가 직접 준비합니다.
교육의 일환이라는 명분으로 교사를 갈고 갈아 깎고 깎아 갔다 오는 여행임을 누가 알아주나요.
#1-3. 내가 말로만 듣던 데이터 셔틀..?
에듀테크,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바깥에서 교실을 바라본다면 이제 교실이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미래 지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세상에 보도되는 선진 교육은 아주 잘 꾸며진 교실들이거든요.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죠.
모든 교실에 무선인터넷을 잘 갖추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어떤 곳은 학교 소유 기기만 인터넷이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
또 어떤 곳은 교실 무선 인터넷이 수많은 연결을 견뎌내지 못해 속도가 Windows98 수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다 갖추지 못해 각 교실에 무선인터넷이 설치 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그런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라인 연계 학습을 진행한다?
말로만 듣던 데이터 셔틀이 바로 내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정신없이 핫스팟을 켜주고 난 다음 달.
예상에 없던 데이터 과금을 보면 코끝이 살짝 찡해지고 잠깐 눈 앞이 흐릿해집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우리는 괜찮다며 정말로 무거운 것들도 이 악물고 모른척하며 사소하다 여겨왔습니다.
‘나만 참으면 돼.’
‘다 똑같은 생각 하고 있을거야.’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사실은
사소해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힘빠지게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별거 아닌 문제가 아니라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괜한 분란을 만드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사소한 척하며 우리를 치사하게 만들고 있는 것들입니다.
#2-1. 최저시급이라도
물가는 오르지만 우리의 처우는 제자리입니다. 어쩌면 뒤로 가고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떠 안은 채 담임수당 13만원
20년 째 동결된 부장수당 7만원
하루 종일 출장가도 출장수당 고작 4만원(*관내의 경우)
안받고 안하겠다는 마음을 아무리 다져도 상황이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렇게 맡은 일도 최선을 다하지만 월급명세서에는 고작..?
선생님, 스승이라는 이름 아래 무보수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교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그에 맞는 보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돈 가지고 치사하게 군다구요? 이미 수당으로 찍힌 숫자는 치사합니다.
#2-2. 치사빤스 S-A-B 가능
교육의 질을 어떻게 등급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교육의 성과는 과연 무엇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요?
교육이 그게 가능하다면, 과연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등급을 항상 의심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등급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 너무 민망해집니다.
그런 모습을 밖에 보이는 것 또한 굉장히 민망합니다.
S-A-B 대체 뭐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치사해집니다.
#2-3. 점수제로 한다면서요~
해마다 학년과 업무가 바뀌는 것은 다른 직장과 달리 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입니다.
직급의 차이가 없는 교사이기에 학년과 업무를 바꿀 때에는 참 난감합니다.
제비뽑기를 하는게 나을 정도로 복잡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정하게 업무를 나누기 위해 점수제를 도입한 학교도 있습니다.
‘올해 내가 이렇게 고생했으니, 내년에는 원하는 학년을 할 수 있을거야’
꿈은 달콤했으나 꿈은 꿈이었습니다.
대체 이 작은 학교에 내정자는 왜 그렇게 많은 것일까요?
그 많은 사정 중 나의 사정을 봐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가봅니다.
치사하지만 사정을 이해해줘야하는 분위기에 그렇게 무의미한 점수만 쌓는 1년을 또 보내게 됩니다.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고 지역마다 상황은 다릅니다.
‘어? 우린 아닌데?’
이것도 치사한 생각입니다.
난 아니라고 나몰라라 할 사소한 일들이 아님을 알고 있잖아요.
치사하게 나 아니라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아요 우리.
서로 위로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함께 소리냅시다.
절.대.
사소하지않고, 치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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