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知의 세계] 그림으로 글을 쓰는 문자도 (2)
그림으로 쓰는 문자도
효제도, 팔자도 라고도 불리는 '효제충신 예의염치' 문자도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해드릴게요
문자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괜히 현대적으로 바꾸고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 시대에 맞는 가르침이다보니 지금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도 많거든요.
효제충신 예의염치 중에서도 '충(忠)'이 그러합니다.
용, 메기, 잉어, 새우, 대나무, 조개까지
'충(忠)' 글자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그 시절 사람들.
신하된 도리를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을 '라떼-' 같습니다.
그럼 요즘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법한 이야기가 담긴 '제(悌)'로 들어가 볼게요.
# 제(悌)
'제(悌)' 글자에는 꽃이 활짝 폈습니다. 무슨 꽃인지 맞춰보시겠어요?
산앵두나무 입니다.
산앵두나무는 줄기가 길어 꽃이 아래로 늘어져 꽃받침이 함께 모여 어우러져 핀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옛 중국의 시집 '시경'에서 형제간의 우애를 보는 듯 하다고 비유했습니다.
이 표현을 문자도에 옮겨왔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한 쌍의 새는 할미새입니다.
할미새는 날면서 시끄럽게 울어대는데, 옛 사람들은 이 모습을 형제들에게 다급함을 알려주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네요.
그렇게 문자도에서 할미새의 울음은 형제가 서로 걱정하는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신(信)
그림으로 글자의 형태를 표현하다보니 이야기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글자를 알아보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이 그림글자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기에
오히려 거기에서 더 큰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이 글자는 무엇이란 말인지.
왼쪽 부수에 있는 것은 놀랍게도 '파랑새'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랑새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만 파랑새 맞습니다.
청록색 깃털을 가지고 파랑새라고 말하는 저 새는 '동양의 파랑새'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벨기에 동화 <파랑새>를 통해서 파랑새는 행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옛 선조들의 글이나 노래에서 파랑새는 기쁨과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랑새와 같은 파랑새인지, 아니면 그냥 푸른 깃털을 가진 새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신(信)'에서 파랑새는 특이하게도 머리 부분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 파랑새는 그냥 새가 아니라 모든 신선을 감독하는 최고의 여신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
불교에서는 '가릉빈가(또는 극락조)'라고 불리는 상상의 새입니다.
7월 7일 어느 날, 가릉빈가 한 마리가 편지를 물고 한 무제의 궁전에 날아들어왔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서왕모가 온다는 소식을 물고왔구나!" 라고 말하였다.
- 한무고사(漢武故事)
파랑새가 물고 있는 이 편지가 바로 서왕모가 온다는 약속이며, 곧 믿음을 의미합니다.
파랑새는 글과 노래에서는 자주 쓰였지만 미술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효제도, 팔자도, 문자도에서는 '신(信)'을 의미하는 단골 소재였죠.
사연이 있어 보이는 파랑새와 기러기, 모두 옛 사람들에게는 신의 서신을 전해주는 굳은 믿음이었습니다.
문자도를 활용한 미술수업은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문자의 모양 자체에 집중한다면 '캘리그라피'수업이 가장 많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 글을 읽은 이상 여러분은 더 이상 문자도 수업을 단순하게 캘리그라피로 버무리실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문자도를 글자만 쓰고 넘긴다니요!
문자도에 있는 그림을 찾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럼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본인들만의 문자도를 만들어내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자도.
어떠세요?
더 매력 있지 않나요?
미지의 세계를 접하신 여러분들께 작은 선물이 되는 수업아이디어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