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知의 세계] 칸딘스키, 내 그림에 내가 놀라다!
어떤 화가가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머리를 식힐 겸 산책을 하고 해가 저물어갈 때쯤 작업실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이런 일이!
창문을 통해 주황색 노을 빛이 들어오는 데, 딱 그 가운데에 처음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그림은 뭐지?"
칸딘스키 <인상3>
캔버스 위는 정렬적인 색으로 가득 찼으며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네, 칸딘스키 본인의 그림이었습니다.
본인의 그림이 뒤집혀 있었을 뿐이었죠.
색이 주는 강렬함에 반해 칸딘스키는 추상 미술로 빠져들게 됩니다.
"깜짝 놀라 멈춰 서서 그 그림을 바라보았죠. 그 그림은 주제가 없어 보이고, 어떤 대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밝은 색면으로 구성된 그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그것은 바로 내 그림이 거꾸로 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바실리 바실리예비치 칸딘스키(러시아어: Василий Васильевич Кандинский, 1866년 12월 16일~ 1944년 12월 13일)는 러시아의 화가, 판화제작자, 예술이론가이다. 피카소, 마티스와 비교되며 20세기의 중요한 예술가 중 하나로 평가되는 그는 초기 추상미술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이다. 일반적으로 그는 최초의 현대추상작품을 그린 작가로 평가된다. (위키백과)
칸딘스키는 사실적인 형체를 무너뜨리고 순수한 추상 미술의 세계를 시작한 화가입니다.
클로드 모네 <건초더미>
러시아에서 법과 경제를 공부하던 칸딘스키는 모네의 <건초더미>를 보고 감동하고는 그의 나이 서른에 독일로 떠나 미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로 다시 돌아왔지만, 예술 이론이 맞지 않아 다시 독일로 돌아가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를 맡았습니다.
그곳에서 <점, 선, 면>을 출판하면서 기본적인 조형의 사고에 관해 이야기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바우하우스가 폐쇄당한 뒤 프랑스로 옮겨가 작업을 이어갔고, 1944년 파리 근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칸딘스키 <즉흥19>
칸딘스키는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음악이 들리는 것처럼 리듬감이 넘치고 역동적인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흥 19>를 보면 그가 어디에서 어떤 악기들이 연주하는 곡을 들었는지 상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오페라를 보며 나는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색을 보았다. 그 색들이 춤을 추며 그림이 되었다."
칸딘스키 <푸른하늘>
작품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우리가 상상하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사물들이 그림 속에 존재합니다.
이렇게 칸딘스키는 원래의 물건에서 보고 싶은 부분만 쏙 빼내어 그리는 화가입니다.
아직도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무수한 상상력을 발휘해 칸딘스키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제가 대신 해명합니다!
칸딘스키 이야기를 볼 때면 항상 등장하는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몬드리안.
차가운 추상의 몬드리안, 뜨거운 추상의 칸딘스키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이 그렇게 불릴 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차갑게 혹은 뜨겁게 추상하지 않았거든요.
추상미술이란 대상(이미지)를 조형요소로만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칸딘스키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놀란 순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꼭 대상을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다, 색과 형태만 주는 강렬함도 작품이 될 수 있다"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상(이미지)를 점, 선, 면, 색, 형으로 나타냈을 뿐입니다.
네모 반듯하다고 차가운 추상, 불규칙하다고 뜨거운 추상이 아니라는 사실.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난다면 추상 미술 자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