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 -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가(학생간 관계)
6살 딸에게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다.
놀이터에서 “몇살이야?” 묻고 6살이면 모두 친구가 된다.
6살 딸에게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렵다.
어린이 집에서 단짝 친구가 마음이 토라지면 집에와서까지 힘들어 한다.
친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지속적으로 한 공간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어렵다. 친구의 감정변화까지 읽고 갈등상황이 생기더라도 또 다시 만나 풀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성적이다. 그 다음으로 고민하는 것은 아이의 친구관계이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
학생들에게 친구를 사귀는 것은 학교에서 살아남는 것과 같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게 친구관계는 인생의 전부와 같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은 이렇게 중요한 친구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친구와 사귈 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여러분은 친구와 사귈 때 어떻게 하나요? 좋은 방법이 있나요?”
“같이 놀아요.”
“장난 쳐요”
“말을 걸어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위로해줘요.“
“배려해 줘요.”
“같이 놀아요.”
“비밀을 지켜요.”
학생들마다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많은 학생들이 잘 모르고 지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학교에서 관계수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관계수업에 앞서 초등학생 시기에 학생들이 어떻게 관계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 인기 vs 우정
인기란 ‘어떤 대상에게 쏠리는 대중의 높은 관심이나 좋아하는 기운’을 말한다. 선사시대부터 남자는 싸우고 사냥을 해야했기 때문에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인기가 있었다. 지금도 신체가 건장하고 근육이 발달한 남자가 인기가 많은 것과 유사하다. 여자는 출산과 살림을 도맡아 해야했기 때문에 외모와 사교성이 중요했다. 인기있는 여자는 외모와 관계하는 능력이 좋다.
집단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인기는 학생에게 힘을 부여한다. 단, 그 힘은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거둬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로울 수 있다. 인기가 있으면 힘을 갖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거만하고 잘난체하는 것으로 비치면 권좌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권좌에서 추락하는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인기가 있다고 해서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아닐 수도 있다. 연예인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정이란 ‘친구 사이의 정’을 뜻한다. 우정은 관계에서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우정을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는다. 에릭 에릭슨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친구를 통해 나 자신을 보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다. 특히 단짝관계는 자신의 가치를 인식시켜주며 실질적으로 자아상을 형성해준다.
우정과 인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호성이다. 인기있는 대상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인기의 측면에서 보면 관계가 일방적이거나 상호성이 떨어질 수 있다. 우정에서는 정을 느끼고 서로 좋아하는 상호성이 더욱 강하다.
특히 깊이 사귈 수 있는 단짝친구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인기가 많고 친구의 숫자가 많은 것도 좋다. 하지만 인기만 있고 우정이 약하다면 관계에서 만족할 수 없다. 관계에서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가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서 다르지만 우정이 없는 인기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인기’보다 중요한 것이 ,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우정’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인기’라는 인정욕구에 목말라 친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몰두할 때 ‘인기’의 측면과 ‘우정’을 구분해서 보고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 집단의 법칙
학급은 하나의 집단이다. 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기에 집단의 역동이 나타난다. 집단의 역동에 학생들은 영향을 받으며 공부를 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①집단이 하면 나도 해야한다.
집단의 역동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집단이 하면 나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집단이 하는 것을 안하는 경우 집단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한다.
한때 교실에서 몰랑이 인형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몰랑이 인형을 소개하며 몰랑이 인형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쪽지를 주고 받은 것을 공개했다. 그 이후로 몰랑이 인형은 교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너도 나도 몰랑이 인형을 사서 가져왔다. 수업시간에도 갖고 놀아서 방해가 되자 회의를 통해 몰랑이 인형 집을 만들어주고 수업시간에 갖다놓고 관리를 했다. 그때 당시에 몰랑이 인형을 갖지 않으면 대화에도 끼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친구가 화장을 하면 나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된다. 그 행동이 그 집단과 어울릴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작년에 가르친 모범적인 여학생이 점심시간에 종종 교실로 놀러온다. 친구들과 교류해야할 중요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 물었다. “친구들과 놀아야지 여기 자주오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 대답은 예상 외였다. “애들이 화장 얘기만 해요. 나는 몰라서 할 말이 없어요.”
노스페이스를 입고 화장을 하는 것이 어른의 눈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친구관계에 끼고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성향과 집단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학급에서 학생을 대할 때 도움이 된다. 살아남고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른과 교사의 시선에서만 바라보기보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②집단은 역할과 서열을 부여한다.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대로 행동하지만은 않는다. 집단의 역동은 구성원에게 역할을 부여되고 서열을 정한다.
학급에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와 교사를 기쁘게 하는 아이는 항상 존재한다. 없다면 누군가 그 자리를 곧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집단의 역동이 그렇게 만든다.
학급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음과 같다. 리더, 웃기는 아이, 아첨꾼, 운동선수, 바람둥이, 내숭쟁이, 희생양, 공격자 등.
전학년에서는 문제가 없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커져서 문의가 오는 학생을 가끔 보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격자로 변한 경우이다. 집단의 역동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학생은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투쟁을 한다. 학생들이 하는 행동은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해야한다. “그 학생이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닌데 왜 그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서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때로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선생님에게 대항하는 경우도 생긴다. 목적은 하나이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집단 안에서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의 역동을 방치하면 교실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다.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조절해 주어야할 필요가 있다.
- 친구관계에 대해서 알려주고 집단의 무의식적인 힘을 일깨워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
- 집단에게 공동의 목표를 함께 수행하게 함으로써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행한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 교사가 힘을 사용할 경우 학생은 친구에게 힘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민주적인 교사와 학급문화일 경우 개인이 존중받으며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
셋. 성역할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들은 동성끼리 주로 어울린다. 성끼리 분리되어서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3살무렵부터 시작되는 데 동성끼리 떨어져 놀기 때문에 성의 차이가 점점 커진다.
성별 행동규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성별에 따른 행동규범이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성에 따라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규범이 존재한다. 그 행동규범을 지키면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지키지 않으면 집단에서 배제될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은 남자답게 굴어야 한다는 규범이 존재한다. 사소한 말이나 장난에 우는 모습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겁을 많이 내거나 용기 없는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다. 소위 ‘찌질이’라고 부르며 상대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여자 아이들을 제대로 골탕먹여야 집단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교실에서 흔히 남자들이 여자를 놀리고 도망가고 여자들이 쫓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자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패션이다. 헤어스타일과 복장이 어떠한가에 따라 집단에 끼워주기도 하고 배제시키기도 한다. 집단에 끼워준다는 것은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옷과 악세사리를 만지게 허용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숭이가 이를 골라주듯 여자아이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체나 치장도구를 만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친밀감을 표현한다. 그렇게 하면서 서로의 매력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준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게 매정하게 대해야 집단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남자들은 여자를 골탕먹이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여자집단의 힘으로 한명의 남자아이를 응징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이러한 성별 행동규범이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다.아이들과 이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행동규범은 아이들의 협의로 이루어지고 잘못되었다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 교실에서는 ‘남녀가 어울린다고 놀리지 않기‘, ’남녀가 서로 어울려 대화하고 놀기‘를 규범으로 삼고 있다.
성별 관계특성
여자 아이들은 관계중심으로 친구를 사귄다. 남자아이들보다 공감력이 높고 친구에게 관심을 받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무리짓기를 좋아하고 무리에 들어가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낀다. 공감을 잘 하지만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거나 부풀려 해석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친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자기 주장을 펴지 않는 소심함을 보일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Sns를 통한 메시지를 얼마나 자주 주고 받는가에 따라 친한 관계의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여자 아이들은 관계가 틀어지면 냉대하고 험담하는 방식으로 따돌리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래서 더 잔인한다. 특히 험담은 귓속말 하는 모습을 보거나 다른 친구를 통해서 내귀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남자 아이들은 놀이중심으로 친구를 사귄다. 여자 아이에 비해서 서로 공감하고 감정을 이해받기보다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에 집중하여 사귀는 경향이 있다. 축구나 야구등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찾고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재능을 과시한다. 서로 잘난척 하며 가르쳐주고 가르쳐준다. 남자 아이들은 관계가 틀어지면 욕을하거나 신체적 폭력을 사용한다.
마치며
친구란 무엇일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족 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친구관계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있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
1. 성공적 상호작용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훈련한다.
2. 사회적지원(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느낌)과 안전감을 준다.
3. 자아개념 발달에 기여한다. 사회관계 내에서 자아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Bukowski와 Hoza)
소중한 친구들을 학령기에는 주로 교실에서 만난다. 친구관계가 학교에서 학업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관계하는 법을 가르쳐야한다.
다음에는 ‘친구 수업’에 대해 다룹니다.
참고서적
나는 왜 진짜 친구가 없을까? 중학생을 위한 관계수업/뜨인돌 /애니폭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양철북/ 마이클 톰슨 외
아이의 친구관계 공감력이 답이다/ 조선앤북/ 김붕년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친구관계/시그마프레스/Phil Er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