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부정적 행동을 하는 아이 바라보기
학기초에 지내다 보면 특히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아이도 있고, 주변 아이들까지 같이 힘들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저희반에 화를 잘 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1학기 동안 저와 우리반 아이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상담하면서 이 아이가 변화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쳐갔습니다. 아이가 쉽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친 저의 마음은 저의 태도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음을 숨기지만 허사입니다. 아이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교사의 언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교사가 할 수 없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학생의 마음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이 자신만이 할 수 있죠. 그것을 내 생활에서 인정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그 아이가 분노를 멈추고 저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멈추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노하는 그 학생의 마음을 받아들여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지쳤기 때문입니다. 저도 상처받았고 수업을 방해받았고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를 도저히 인정해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실패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힘들지만 그런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무엇이 차이점이었을까?
모두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저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차이점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바로 ‘그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했는가?’였습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분노하는 그 아이를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다른 친구들도 그 아이를 인정하고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1. 교사의 소진된 마음인지
교사에게 3월은 잔혹합니다. 새로운 학생들, 새로운 업무, 그리고 수업준비, 학부모 총회등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그 와중에 우리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와 마주하게 되고 최선을 다해서 상담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지치게 됩니다. 교사가 받아들여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교사의 감정이 차올라서 더 이상 그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수 없게 됩니다. 이때 그러한 자신의 마음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감정의 그릇이 이미 다 차버렸구나.”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의 그릇이 차올라서 넘치기 전에 자각하는 것입니다. 차올라버리면 이미 학생도 그것을 알고 마음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2. 무의식적인 나의 반응 주의하기
소진된 저의 마음이 차오르기 전에 알아차렸다면, 다음로는 그 학생을 대할 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생각과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행동과 태도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을 하는데도 그 아이에게만 유독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참는다고 하는데도 짜증이 올라와서 짜증을 참으면서 대하는 경우 참고 있는 짜증은 그 아이의 레이더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는 아이일수록 나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하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노력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짜증이나 화를 참고 이야기하지는 않나 관찰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정 감정을 다루는 도구’를 활용해야 합니다.(도구 이야기는 다음 번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때로는 학생의 행동이 너무나 부담될 때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소진된 나는 그것에 제대로 반응하기 어렵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을 잠시 미룹니다. 그것이 때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것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자존심으로 승화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내가 지금 해결하고 말테야’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3. 학생의 문제행동 이면의 것을 관찰하기_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그렇게 저에게 힘에 부친 아이들을 대할 때에 교사가 소진되는 데에는 한달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그 아이들과 부대끼기 때문이겠지요.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이면에는 그 학생의 역사가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정에서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교사가 가정에서의 애착관계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것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1) 학생의 감정과 욕구파악하기
빙산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행동의 바탕에는 감정이 있고 감정의 바탕에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신념에 따라서 감정이 영향을 받게 되고 그러한 감정의 영향으로 인해서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학생의 행동이면의 감정과 신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의 감정과 욕구를 파악하고 대화하며 상호 이해가 형성되면 학생은 교사를 따르기 마련입니다. 학생이 말하지 않아도 학생의 마음을 더 잘 읽고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①학생상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좋다면 상담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실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제문제라고 하는 것은 현재 교실에서 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실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문제로 인해서 생겨나는 문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의 현재는 과거와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양육환경인 가족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문제는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해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해결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합니다.
학생과 상담으로 실제문제가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생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상담은 ‘학급운영의 실제’편에서 이미 다룬바가 있습니다.)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의 9유형과 학급긍정훈육법의 ‘어긋난 목표차트’는 학생도 모르는 마음과 욕구를 알아차리는데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②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이 좋은 도구인 이유는 성격을 9유형으로 나누어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 486개 유형으로 세분화 됩니다.
에니어그램에서 유형을 분류할 때 중요한 것은 바로 두려움입니다. 근원적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욕망이 생겨납니다. 두려움과 욕망으로 인해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게 되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일정한 태도를 갖게 되는데 이것을 바로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에니어그램은 방대합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간단히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에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의점
에니어그램의 모든 유형은 건강할 때는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불건강할 때는 부정적인 모습을 띱니다.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 이를 이용해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 방법은 제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지낼 때 파악한 방법이며 실제 에니어그램의 설명과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7,8,4번 유형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경우 학생들과 에니어그램 수업을 하고 학생의 유형을 파악합니다.
|
행동 |
행동 분석 및 전략 |
||||
7번 유형 낙천가 |
행동 특성 |
산만하고 주의 집중이 되지 않는다. 자꾸 교사의 말을 가로채거나 웃긴 말로 시선을 끌려고 한다. |
재미있는 것을 하면 쉽게 멈추지를 못한다. 잔소리보다 재미의 기쁨이 더 크다. |
|||
자신도 즐겁고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한다. 아이디어가 많다. 인기가 많아 친구들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
교사가 반을 유쾌하게 만드는데 아이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 장기자랑에서 끼를 발산하게 하거나 오락부장을 시킨다. - 수업 중 연극장면에서 적극적 활동을 하게 한다. |
|||||
8번 유형 지도자 |
행동 특성 |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지만 약한 아이를 힘으로 누른다. 화를 잘 내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힘을 모아 교사에게 반항한다. 타인을 보호하려고 힘을 쓰다 자기가 싸운다. |
힘을 드러내 보이고 싶다. 내가 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나를 누르려고 하면 화가 난다. |
|||
타인을 보호하는 힘을 갖고 있다. 정의롭게 힘을 쓸 수 있다. 리더십이 있다. |
교사가 힘을 인정해주고 긍정적 방향으로 힘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 해당학생에게 부드러운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긍정적인 힘을 쓸 때 아이들 앞에서 대놓고 칭찬해 준다. |
|||||
4번 유형 예술가 |
행동 특성 |
감정기복이 심하다. 사소한 일에 자주 운다. 어울려야 할 때 어울리지 않고 독자적 행동을 한다. |
작은 것에도 깊은 상처를 입거나 행복감을 느낀다. 같은 부류로 묶이기 싫고 나만의 독특함을 인정받고 싶다. |
|||
독창적인 생각과 표현을 한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 우아하다. |
교사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한다. 독창성이나 예술감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 학생이 감정적으로 힘들 경우 시간을 준다. - 수업 중 예술 관련 활동에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피드백 한다. - 개인적으로 아이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 |
③어긋난 목표차트
학생상담을 할 때 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학급 긍정훈육법’에 나오는 어긋난 목표차트를 활용합니다. 아들러와 드라이커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학급긍정훈육법은 30년간 미국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화되어 왔기 때문에 믿을만 합니다.
문제행동을 4가지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지난친 관심끌기’, ‘힘의 오용’, ‘보복’, ‘무기력’. 긍정의 훈육에서는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서 학생은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잘못된 신념을 갖게되는 이유는 소속감과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④교사의 자세한 관찰
어긋난 목표를 확인하고 학생의 행동을 잘 관찰하다보면 실마리가 보입니다. 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반 학생 중 한 명은 가끔씩 책상 아래로 숨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고 교사의 지시에 응하지 않는 모습이 지속되자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화내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아이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학부모 상담을 신청했지만 바쁘셔서 못했습니다. 학생과 이야기 나누던 중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 저를 많이 경계했습니다. 시간을 갖고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아 주자 저에게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날따라 힘들어서 “오늘은 정말 힘들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힘들면 엎드려 있어요.”하는 것이다. “엎드려 있으면 뭐가 좋아?”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면 괜찮아 져요.”
이 아이는 힘들 때면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한 결과 과제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묻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엎드려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 활동에는 적극 참여하지만 모둠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왜 그런지 파악하기 위해 지금도 관찰 중입니다.
2) 학생의 역사 파악히기
학생의 행동은 학생의 가족간의 역사의 기쁨과 슬픔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부정적인 행동을 많이하는 학생은 가족간의 역사가 슬픔쪽으로 많이 기울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①학부모 상담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속사정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기초에 학생의 정보를 최대한 취합하여야 합니다. 전에는 학부모는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가 말해주는 정보만으로도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일시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부간의 갈등이 심화된 경우를 가장 많이 목격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결국 엄마 자신이 힘들어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해서 그러한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심한 경우 가정폭력이 행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며 겪었을 트라우마는 상상 이상의 것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전부였던 부모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할 방법을 터득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은 아닌가 자책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부정적인 행동과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학부모와의 레포형성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학부모들에게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사진과 학급의 이야기들을 전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SNS 중 클래스팅이나 밴드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학급소식지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② 학생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수업
서준호 선생님의 ‘내인생 그래프’와 ‘감정의 마인드맵’을 추천해 드립니다. 학생의 역사를 모두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교사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학생들은 실마리를 줍니다. <서준호 선생님의 마음흔들기>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단, 이 수업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리게 하는 사전 작업들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기제들을 얼마나 만들어 냈는가가 중요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되고, 이러한 부분을 선생님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가 아이들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유지할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개방은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학생을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학생을 자세히 보는 이유는 자세히 보아야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어야 그 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아이의 행동만 보게되고, 그 아이의 행동은 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과 욕구, 역사를 조금씩 이해해 갈 때 비로소 그 아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교사가 아이를 충분히 이해했을 때 공감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습니다.
학생을 이해하면 이제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학급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교사의 공감과 지지는 다른 학생들의 공감과 지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공감과 지지를 받은 학생은 변화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학급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교사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학급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