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월간잡지 창작] 종이 잡지 클럽 방문기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4-78
합정역 4번 출구에서 몇 블럭 지나 도착하는 건물 지하 1층.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세상의 모든 잡지를 읽을 수 있는 곳,
종이 잡지 클럽입니다.
<오삼불고기>와 <왕만두>로 잡지 공부를 하며,
또 무슨 잡지를 읽어볼까 알아보던 중에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종이 잡지 클럽의 광고 문구는 이러했어요.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우리가 보는 것을 추적하여 추천하며, 우리의 세계를 공고히 합니다.
이런 시대에 내가 몰랐던 타인의 세계에 눈 뜨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 공간에서는 나의 좁은 세계가 새로운 컨텐츠로 업데이트됩니다. 지하 세계에 웅크리고 앉아 잡지를 읽고 있지만
새로운 세계와 접선하여 산소를 공급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종이 잡지 클럽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취향과 세계의 이슈가 만나는 공간입니다.
'아이디어가 스파크처럼 튀어오르고,
아름다움이 종이와 종이 사이에서 흘러나옵니다.
잡지 읽기 모임
클럽인 만큼 함께 잡지 읽는 모임도 열리는데요,
'이 달의 해외 잡지 소개' 모임에서는 클럽장님이 엄선한 해외 잡지를 소개해줍니다.
제가 참여한 모임의 순서는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 잡지의 역사
클럽장님은 잡지의 역사부터 짚어주셨어요. 잡지는 영국에서 글을 모르는 시민에게 정치 소식을 알리는 목적으로 시작하였죠. 정치 뉴스에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일러스트와 아트워크를 덧붙인 것이 잡지의 시초입니다. 잡지가 월간지인 이유는 광고를 자주 받기 위해서였는데, 요즘에는 광고가 다른 매체로 빠져나가면서 격월간지, 계간지, 연간지로 호흡이 느려지고 있어요. 광고를 위한 잡지는 종이가 얇은데, 소장을 위한 잡지는 종이가 도톰합니다.
- 함께 훑어 본 잡지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굿즈가 들어있는 <BranD>
갤러리를 걷는 듯 사진 작업이 페이지를 넉넉히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 잡지<C 41 Magazine>
사회학 잡지이지만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을 감각적으로 실은 <Jacobin>
브렉시트에 찬성한 국회의원을 질병에 비유하는 미친 잡지 <The Fence>
소비자 뿐 아니라 생산자, 여행자가 즐길 수 있는 도시별 빵 문화를 담은 <AMBRoSIA>
도시 문화를 다루는 건축 잡지 <CITIZEN>
미국 태생 여행 잡지가 폐간된 후 프랑스에서 판권을 사 패션 잡지로 재 탄생한 <HOLIDAY>
18세기 영국의 정원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Pleasure Garen>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건 <Pleasure Garden>이다 'Au Naturel(자연스러움)'을 주제로 한 이번 호에서는
정원 풍경을 인간의 몸, 꽃과 열매를 활용한 정물, 음식, 패션으로 담았습니다.
그 사진이 너무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주었습니다.
- "왕만두, 번창하세요"
이 모임에서 가장 기뻤 던 일은 <왕만두>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난 일입니다.
우연히 오신 분들은 양팔 벌려 "왕만두, 번창하세요!" 응원을 받으니 아쟈쟈 힘이 났습니다.
만드는 아이들을 초대하여 '저자와의 만남'을 열고 싶다고도 하셨고, 몇 명이 만드는지, 몇 살이 만드는지 궁금한 점이 쇄도했어요.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는 분도 계섰어요.
클럽장님은 발달 장애인을 위한 잡지를 만드시는 분이 <오삼불고기>와 <왕만두>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기존 잡지는 작은 폰트로 문해력이 있는 젊은 독자만을 타겟으로 하게 되지만, 폰트 크기가 커지면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를 확보하게 됩니다.
<왕만두>의 세계가 넓어졌으니 더 사려 깊고, 결이 고운 텍스트를 창작하고 싶어졌습니다.
종이 잡지 클럽장 인터뷰
클럽장님께 종이 잡지 클럽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콕 집어 여쭤봤습니다.
1. 코로나 19 시대에 종이잡지클럽을 이용하는 법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를 사용한 이후에 잡지를 읽으시면 됩니다.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에 운영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매일같이 똑같이 문을 열고, 회원을 기다리고, 오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똑같이 문을 닫습니다.
2. 잡지 읽기 모임을 운영 중인데 잡지를 함께 읽으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함께 읽는 일이 특별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읽은 구절이나 정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고 고민해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후에 그런 고민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의미있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점점 다가오는 정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큰 고민 없이 상대에게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3. <왕만두>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종이잡지클럽의 회원이신 선생님이 기획하고 학생들이 모든 내용을 만드는 ‘왕만두’ 의 이번 호 주제는 ‘자유’ 입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 에 대한 생각을 펼치고
서로 고민하는 내용을 상담해주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꾹꾹 눌러담은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운영자가 읽으며 좋았던 내용을 일부 공유드립니다.
여러분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 연휴가 끝나고 첫 일상이 된 오늘. 함께 고민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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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잡지클럽이 밑줄 친 문장 ✏️
지금 우리는 자유를 느끼고 있을까?
김도연 : 전 지금 온라인으로는 자유가 아닌데, 내 생활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핸드폰의 시간을 엄마에게 통제받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데, 내 주위는 그래도 뚫려 있어요.
우시현 : 그 어플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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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자유는 어떤 차이일까요.
배서빈 : 시험을 보고 싶지 않으면, 거절할 자유가 있고, 거절 못하면 자유권을 침해받은 거에요.
허연준 : (…) 통제가 있으려면 자유가 있어야 하고, 자유가 있으려면 통제가 있어야해요.
시험을 볼 때 일찍 끝나면 노는 시간이 있잖아요. 노는 시간이 있어서 기분이 좋은 이유는 시험이 있어서 입니다.
시험 없이 놀기만 하면 복잡하고 힘들 것입니다.
(…)
조은찬 : 결론은요, 배서빈 같은 아이들이 많아지면 세계는 멸망합니다.
배서빈 : 제 생각에는 이렇게 비난할 자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최성혁 : 자유는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입니다.
선생님 : 누가 너에게 자유를 주지 않으면 자유가 없나요?
배서빈: 자유는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거고, 스스로 생각하는 게 자유다.
박성용 :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거다.
그러므로 자유를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을 돌아보아라.
이은성 : 자유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행동을 똑바로 하면,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알라신이 줄 것이다!! 아니면 엄마가 줄거야!!
배서빈, 이은영 : 이은성의 말에 반박! 하느님을 안 믿는 사람은 자유를 느낄 수 없나요?
— '철학하는 교실의 오래된 질문' 중
???? 6학년이 되니 학원도 많아지고 자는 시간도 너무 늦어져요.
???? 저도 학원이 힘들지만 나중에 후회할까봐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 엄마한테 말하세요. 힘들면 힘들다고 학원 좀 줄여달라고요. 그래도 (…)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학원이 힘들더라도 꿋꿋히 참고 다니세요. 잠잘 시간이 없다면 시간 날 때마다 자고, 저녁에는 키가 커야하기 때문에 숙제 빨리 하고 많이 자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학교 생활 잘하고 열심히 사세요.
???? 피아노 체르니 40이 너무 힘들다
???? 저도 체르니 40칠 때 힘들었어요. 저는 지금은 다 쳐서 다른 곡을 칩니다. 수고하세요!
— ‘왕만두 상담소’ 중 —
We read magazine.
우리는 잡지를 읽는다.
선언문과 같은 이 문장에 이끌리듯 방문한 종이 잡지 클럽.
저에게는 늘 신선한 세계이고 새로운 취향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세계의 이슈를 만나고 싶은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 연재 일정
1. [Intro] 월간 잡지, 왜 만들어요?
2. [Intro] Let’s Get It! 초딩 랩퍼의 <오삼불고기>
3. [아무튼, 잡지] 내가 사랑한 잡지
4. [아무튼, 잡지] 종이 잡지 클럽
5. [잡지 제작 꿀팁] 3mm의 여유
6. [잡지 제작 꿀팁] 랑데뷰지가 뭐에요?
7. [Outro] 또 다른 왕만두의 탄생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