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월간잡지 창작] 누가 뭐래도, 잡지
잡지를 좋아합니다. 단행본이 오랜 사유를 벼린 글을 담았다면,
잡지는 와글와글 여러 사람이 뜨거운주제에 대해 저마다 자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인터뷰로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와글와글
잡지는 여러 필자가 함께 씁니다. 그래서 한 주제에 대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아요.
뜨거운 주제
잡지는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주제를 선정합니다.
관심 없던 주제라도 제가 좋아하는 잡지에서 다루면 저절로 관심이 가고,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잡지라 읽기 시작하기도 해요.
그렇게 나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인터뷰
제가 잡지를 읽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학보사 기자를 할 때 인터뷰하며
그 대화에 온전히 빠져들었던 경험으로 '대화'를 무작정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어린이와 함께 월간 잡지 <오삼불고기>, <왕만두>를 펴내며 격정적으로 잡지를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배우고 싶어서요. 잡지라는 그릇이 담을 수 있는 컨텐츠, 디자인, 레이아웃 전부 다요.
그렇게 하나씩 사서 읽다보니, 잡지는 정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가 되어 함께 해야하는 일. 그래서 나의 좁다란 생각을 깨고,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일.
그림책/ 철학/ 아동문학/ 가족/ 라이프 스타일
다섯 개의 코너로 소개하는 '아무튼, 잡지' 함께 읽어보실까요?
1. 그림책을 다룬 잡지
<라키비움 J>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입니다. ‘제이그림책포럼’ 카페에 모인 그림책 덕후님들이 그림책 사랑을 한땀한땀 엮어 만든 잡지입니다.
‘독자’ 기반 잡지라는 선언은 그림책을 분석하는 독자의 역량을 강조합니다. 모든 창작물은 독자가 읽어내는 만큼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림책을 ‘사랑'이라는 렌즈로 구석구석 살피는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 덕후님들 덕분에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이 오늘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bear> 14호 Picture Book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인터뷰 잡지입니다. bear는 곰이라는 뜻 외에도
‘강한 사람, 참다, 견디다, 지탱하다, 낳다, 맺다’라는 뜻이 있는데요.
<bear> 좋아하는 일을 하며 창작물을 낳고 있는 강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킨포크를 만든 디자인 회사에서 만든 잡지라 그럴까요?
사진과 레이아웃이 정말 감각적입니다.
14호 그림책편에서는 이수지, 조원희, 안녕달, 서현, 유설화, 김영진 작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도자기를 하시는 우리 엄마를 위한 7호 흙 편도 저에게는 특별합니다.
그림책과 흙 외에도 커리, 고양이, 독립출판, 우울함, 디저트를 주제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Littor> 25호 나, 요즘 그림책 읽어
민음사에서 내는 문학 잡지입니다. 문학 잡지인 만큼 에세이, 시, 소설, 서평을 담고 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는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 축제 자랑입니다.
아 정말 ‘낄낄낄' 웃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코너입니다. 박서련의 <더 셜리 클럽>도 릿터에 연재되었었죠.
<릿터> 25호에서 그림책을 다룹니다. 김지은 어린이책 서평가를 필두로하여 최혜진의 칼럼, 이지원의 딕 브루너 칼럼과 그림책 에세이, 이수지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저는 어딘지 모르게 따끔거리는 정용준과 최지은의 에세이가 가장 좋았어요.
<SALON DE L’ILLUSTRATION>
살롱드릴뤼스트라시옹. 제목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일러스트 잡지입니다.
큰 판형으로 일러스트를 크게 담아냅니다.
로열 블루 에디션, 클라레 레드 에디션, 만다린 에디션, 레이싱 그린 에디션으로 각 호의 이름입니다.
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이미지 중심의 잡지입니다.
2. 철학
<New Philosopher>
<오삼불고기>와 <왕만두>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잡지입니다. 호주에서 펴내는 철학 잡지입니다.
시간, 가족, 균형, 변화, 부동산, 의미, 워라밸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철학 주제'를 다룹니다.
철학잡지 답게 필진은 주로 철학자입니다. 철학자의 글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딱딱할 것 같지만,
우리의 삶과 접촉되어 있는 내용을 다루기에 술술 읽힙니다.
곁들여진 선명한 색감의 일러스트도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3. 어린이 문학
<동시마중>
두 달에 한 번 따끈따끈한 동시를 받아볼 수 있는 동시 잡지입니다. 우편함에 <동시마중>이 배달되오면
이 작은 책을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동시 하나하나 입 속에서 굴리며 읽었어요.
<동시마중>이 없었다면 동시계는 얼마나 허전했을까요?
동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고, 새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동시 전문 플랫폼이니까요.
<동화 읽는 어른>
2020년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펴내는 월간지입니다.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기 위해 모인 연구회인만큼 알찬 서평이 가득합니다.
306호에는 <오삼불고기>도 소개해드렸어요.
- 4. 가족
<Bold journal>
‘Life Lessons for Modern Father.’ 나다운 방식으로 삶의 방향성을 일궈가는
이 시대 아버지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부부 위기, 대안 교육, 주말의 발견과 같이 가족 중심 주제 부터 필환경 생활,
오늘의 패션 등 아빠의 삶 자체를 다루기도 합니다.
저는 부부 위기 편의 부록인 ‘Couple Mission Card on Saturdays’를 좋아합니다.
소소한 미션이지만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이벤트가 활력을 주지요.
<WEE>
‘We Are Enough’
어라운드에서 펴내는 본격 육아 잡지. 집, 옷, 교육, 배움 등 육아를 주제로 펴냅니다.
<WEE DOO>라는 그리기, 색칠, 종이접기 워크북도 함께 펴내고 있어요.
WEE Korean Children's Picture Book Award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5. 라이프 스타일
<Conceptzine>
출퇴근 길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잡지입니다. 주로 대화하고, 식사하고, 골목을 여행하는 일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애정하는 호는 78호 당신은 대화를 하고 있나요?입니다.
<F>
배달의 민족, 우아한 형제들이 펴내는 음식 잡지입니다. 제가 초콜렛 없이는 살 수 없어서요 ㅎㅎ
초콜렛 호를 당연하게도 샀는데요, 초콜렛의 끝판왕 빈투바(bean to bar)를 알아버렸지 뭐에요?
<나이이즘>
괜찮은 나이듦의 해법을 찾아나가는 잡지입니다. 나이이즘에서는 평등한 나이 문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입이다.
1.반말 금지, 2. 나이 묻기 금지, 3. 호칭 강요 금지, 4. 혐오 표현 금지 5. 내 나이 비하 금지, 6. 타인의 나이 후려치기 금지.
이 여섯 가지 수칙 어쩐지 짜릿하지 않나요?
저는 특히 1번 반말 금지 조항이 어리면 다짜고짜 말부터 놓고
하대하는 나이 서열 문화를 비판합니다.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잡지 발견하셨는지요?
여러분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분명 잡지를 만들었을 거에요.
세상에는 수 만가지의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을 바탕으로 끝없는 회의 끝에 한 권의 잡지가 탄생한다는 사실 넘 멋지지 않나요?
그 동안 책장에 쌓아두었던 잡지를 한 권씩 쓰다듬으며 글을 쓰다보니 사고 싶은 잡지가 또 생겼어요.
저는 이만 또 잡지를 사러 가봐야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곳, 종이 잡지 클럽을 소개할게요.
기대해주세요 ^^
■ 연재 일정
1. [Intro] 월간 잡지, 왜 만들어요?
2. [Intro] Let’s Get It! 초딩 랩퍼의 <오삼불고기>
3. [아무튼, 잡지] 내가 사랑한 잡지
4. [아무튼, 잡지] 종이 잡지 클럽
5. [잡지 제작 꿀팁] 3mm의 여유
6. [잡지 제작 꿀팁] 랑데뷰지가 뭐에요?
7. [Outro] 또 다른 왕만두의 탄생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