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학생 단 두 명, 두 명이라 좋은 점
우리반 학생 단 두 명, 두 명이라 좋은 점
우리반 학생은 단 두 명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연임을 하게 되었는데, 작년 1학기에 두 명이었다가 2학기에 한 명이 더 전학 와서 세 명이었다가 다시 한 명이 전학 가서 두 명이 되었다. 2011년인 2년차 때 5명을 맡아본 적이 있는데, 두 명을 맡아 학급을 꾸리긴 처음이다.
두 명이라 좋은 점은 일단 온라인 수업이 편하다는 노골적인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바로 우리반 학생들과 1:1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시의 큰 학교에서도 근무해봤지만 한 반이 30여명 가까이 되면 교사가 그러지 않으려 해도 아무래도 관심이 편중될 수가 있다. 좀 더 눈에 띄는 아이, 특별한 아이, 소외된 아이, 장난꾸러기 아이들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무난하고 평범한 아이들은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학생이 두 명이면 그럴 일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한 명 한 명이 그냥 내 자식같다.
우리반 아이들은 둘 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거나 주목받는 아이가 아니다. 한 명은 다섯 자매의 셋째 딸로 늘 치여 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전의 도시 학교에서 왕따당해 쫓겨 전학 온 아이다. 둘 다 어쩌면 세상의 변방에 있는 아이들이다. 더더구나 우리 학교 자체가 6학급의 시골에 있는 소규모학교로 주류학교가 아니다. 하지만 키도 작고 못생기고 볼품없었던 나폴레옹이 세계를 주름잡는 황제로 등극했듯이 나는 우리반 제자들도 언제 어떻게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반 제자들이 외모가 볼품없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반 아이들에게 꿈의 씨앗을 심어주는 일이라 믿는다.
우리반 여자아이는 작년 스승의 날 편지에 나와 해본 새로운 활동들이 고맙다고 했다. 내가 김수영 작가님을 만나서 편지를 전해주고 사인을 받아준 일, 클래스123으로 황금알을 모아 컵라면 파티를 한 일, 어린이날 선물로 준 사진이 인쇄된 컵 선물 등. 우리반 남자아이는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써줬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반 학생이 단 두 명이기에 가능했다.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감사하다. 나는 이제 진심으로 아이들의 삶에 무언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 고마운 교사, 존경받는 교사로 남고 싶다. 교사로서 최고의 행운 내지 행복이 아닐까 싶다.
아마 학급당 인원수가 감축된다면 나처럼 세심한 배려가 가능한 선생님들이 훨씬 늘어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교사가 돌봐야 할 아이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내가 서두에서 적었듯이 소외되는 아이가 생기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인구는 자연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에 과밀학급이 많은,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이 시대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변두리의 소규모학교에 지원하고 작은 학교를 살리고 연대와 협력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해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든다.물론 나부터 잘해야겠지만 말이다!
나는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여럿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 당차고 리더십 있지만 중학년때부터 여자아이들로부터 따돌림 받던 아이, 내가 묻는 질문에 기대이상의 답을 했던 똘똘한 아이, 미숙아로 태어나 발달지체로 특수교육대상자이지만 착하고 성실했던 아이, 그림을 잘 그리던 아이, 장난이 심하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만 개그본능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났던 아이 등. 늘 숨 쉬는 공기처럼 함께 있어 당연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우리반 제자들도 먼 훗날에는 축구를 참 좋아했던 여자아이, 강아지와 송아지를 키우며 씩씩하게 자랐던 정이 많은 아이로 기억될 것 같다. 지금은 두 명의 아이들과 끈끈한 이 관계를 맘껏 누리도록 해야겠다. 아이들이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