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2주차,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길
온라인 개학 2주차,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길
4월 16일 전국의 초등학교 4,5,6학년은 일제히 온라인 개학을 하였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학년별로 개학식을 하고 온라인 수업에 들어갔다. 올해 10년차가 됐지만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온라인 수업. ZOOM 화상 앱은 개학 며칠 전에 전체 교직원 회의 시간에 처음 사용해봤을 뿐이다. 아마도 나처럼 온라인 수업을 처음 해본 교사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만 봐도 잘 적응해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걸 보니 역시 교사 분들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네르바 대학이었다. 대학 캠퍼스는 없으나 1학년 1학기 때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의 세계 7개 도시 기숙사를 돌며 원격으로 수학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이런 화상 형태의 학교가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번 코로나19상태로 예상보다 더 빨리 시작하게 돼서 놀랍다. 변화의 물결은 어쩔 수 없이 시작되는구나 싶다.
우리 학교는 콘텐츠 수업 중심에 실시간 쌍뱡항을 병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그에 준해서 각 담임교사와 전담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처의 어떤 학교는 하루 종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느라 서로 녹초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하고, 어떤 사립학교는 교사가 수업 하는 모습을 온 가족이 지켜본다고 하기도 했다. 저학년은 손이 많이 가 EBS강의와 학습꾸러미로 대체하고 있고, 이번 기회로 유튜버로 활약하는 교사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게 뭘까 고개가 갸우뚱하다.
서두에서 미네르바 대학 이야기를 꺼냈지만 방점은 온라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게 무엇이냐가 아닐까. 서울대, 하버드대도 포기하고 가는 미네르바 대학도 학생들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건 미래사회를 살아갈 역량이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해도 그게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라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능력과는 동떨어진 것일 것이고 오프라인 수업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일깨워주고 창조적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그 수업은 매우 가치가 있는 것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은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함양으로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예측가능하고 반복적이고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며 이에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우리반 제자들이 바로 그런 인재로 자라나길 원하고 그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작년에 맡았던 아이들을 올해 연임하는 거라 래포 형성은 이미 기반이 갖추어져 있어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반 아이들이 먼저 작년 2학기부터 내내 “내년에도 맡아주세요.”라고 수차례 부탁해서 맡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시작하진 않았지만 작년에 했던 꼬마 작가 프로젝트 수업과 연계하여 올해도 글쓰기 프로젝트를 계속 시작해볼 예정이다. 더욱이 좋은 점은 학부모님들도 내게 매우 협조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처음해보는 온라인 수업이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e학습터와 ebs사이트 활용을 어려워해 ZOOM으로 여러번 안내해주었고 종종 과제를 빼먹기도 한다. 또한 과제가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을 너무 일찍 시작하거나 일찍 끝나거나 때론 너무 늦게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 속에서 아이들은 분명 배우고 자란다.
우리반은 매일 10시에 ZOOM으로 만난다. 1교시 콘텐츠형 원격수업을 마치고 2교시 시작 전 화상수업으로 만나 전날의 수업과 과제를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고, 전날 했던 수업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매 시간 올린 과제를 보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토론한다. 일종의 플립러닝인 셈이다. PPT로 매 과제 피드백 작업물을 만드는 게 마냥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힘든 것도 아니다. 걱정 반 두려움반으로 시작한 온라인 수업이 생각보다 잘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아이들이 아닌, 재작년에 맡았던 3학년 여자아이 한 명은 동시쓰기 수업에서 학교를 감옥이라고 묘사하였다. 인터넷에 익히 떠돌던 시를 변용한 것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밖에 안된 아이가 학교를 감옥이라고 생각한다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곧 등교개학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온라인 개학도 등교개학도, 여러 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질 그 자체라고 본다. 앞으로의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을 해주는 학교,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주는 일. 그 본질만을 생각한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어떤 변화가 몰려와도 교사로서 두려울 일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