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후기
저는 특수교사 입니다. 특수교사를 하면서 일반교사들과 비교하여 뭐 특별히 챙김받아본적인 없는, 어찌보면 비주류 교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백신은 먼저 맞으라고 하네요. 좋다고 해야할지, 좋지 않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 백신접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는 무조건 전면등교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특수학급 모두 공통사항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개별화지원팀협의록 등의 근거를 남기고 별도의 방침으로 운영할 수는 있습니다. ) 이번에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특수교육대상학생 전면 등교 원칙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백신접종을 결정하고, 날짜를 정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중단 권고가 내려지고, 또 얼마후 다시 재개한다는 소식까지. 불과 1주일 안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백신을 맞기 전까지 심란했던 마음을 이 공간에 다 토로하긴 어렵지만, 우여곡절끝에 백신접종까지 완료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고열, 오한, 근육통 등)이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것,
그리고 그 증상이 오래가지는 않으니 용기내시라는 점. 이 두가지를 말하고 싶어서 입니다.
아래 글은 일기형식으로 쓴 글이며 이상증상을 수시로 메모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2021. 4. 14. (수) 14:00 부산 북구 보건소]
신분증 꼭 챙겨갈 것! (또는 공무원증도 가능)
백신 접종 후 주사맞은 부위가 묵직하고 우리했다. 열감도 바로 느껴졌다. 15분 관찰기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저녁도 잘 먹고, 아이들 공부도 봐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3:00 잠자리에 누웠다.
증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온 몸이 뜨거웠으나 손발은 차갑고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오한이 들었다. 속도 울렁거리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 눈물이 계속 났다. 타이레놀 2알을 먹고 겨우 잠이 들었다.
[2021. 4. 15. (목) : 접종 후 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다. 체온이 38도가 넘는다. 타이레놀 2알을 다시 먹었다.
문제는 심박수. 심장이 요동친다. 혹시 부정맥 증상이 발현되었을까봐 병가 신청 후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기저질환자는 아니나 가끔 부정맥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어 주의를 요하는자이다.)
9시가 되어 바로 병원으로 갔다. 타이레놀을 먹은 덕분에 열은 내렸고, 간신히 병원에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 일반 병원에서도 고열이 나면 아예 입실조차 막는다.)
심전도를 찍는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쁘다.
다행히 심전도 결과가 나쁘진 않다. 의사는 고열로 인한 맥박수 증가로 보여진다고 했고, 너무 힘들면 수액을 맞을 것을 권했다.
그래서 수액, 맞았다.
집에 오니 11:30. 이제 좀 살 것 같다.
열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아...어지럽기까지 하다.
12:45 타이레놀 2알 복용
열이 다시 내렸다. 하지만 확 떨어지진 않는다.
저녁때쯤 되니 다시 열이 오른다.
아....오한, 복통, 두통. 밤이 두렵다.
19:15 타이레놀 2알 복용
타이레놀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은 계속 오른다.
열이 오르니 두통이 동반되고, 어지럽다.
저녁은 신랑이 끓여준 순두부열라면으로 허기만 채웠다. (그래도 매운거 먹으니 기분이 한결 좋다.)
다시 열이 내린다.
밤이 무서워서 타이레놀 2알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2021. 4. 16. (금) : 접종 후 2일째]
7시 경, 눈을 떴다. 몸이 한결 가볍다.
어제의 그 경험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약간의 두통과 근육통이 있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심박수도 안정되고 열도 내렸다. 와! 이제 정말 회복된 것인다!
얼른 동료 선생님들의 컨디션을 단톡방을 통해 물어보았다. 오늘은 모두 정상 출근 가능하시다고 한다.
(접종 후 다음날이었던 어제는, 우리 특수교육지원센터 순회 선생님 7명 중 5명이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병가를 썼음)
아...이제 한시름 놓는다.
[백신 접종 후기 정리]
독감 백신을 맞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주사를 맞은 직후 팔이 우직하고 열감이 바로 느껴지는게 큰 특징이었다. 접종 후 6-8시간 후 열이 오르기 시작했으며 오한, 두통, 근육통이 동시에 찾아온다. 6시간 간격으로 타이레놀을 먹으며 버텨야 했고, 너무 힘들면 4시간 간격도 가능하다고 했다. (약사님 말씀)
나는 심박수가 너무 높아 병원까지 다여놨고, 수액도 맞았다.
꼬박 만 하루 고생했더니 괜찮아졌다. 나와 함께 접종했던 다른 분들도 비슷했다.
겁나고 고생스러웠지만 나 그리고 타인을 위해 백신을 맞기로 한 결심은 잘 한것 같다. 이렇게 또 다시 내 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자, 아직 2차 접종이 남았다. 그때까지 백신은 잠시 잊고 열심히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