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특수교육 현장 전문가 인터뷰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특수교육과 학부생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현재 내 상황을 몇가지 전달해주면 될 것 같아 흥쾌히 승낙하였다.
나의 지금 이 경험이 후배 교사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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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담당하고 계신 학급, 또는 담당하신 과목이 있으신가요?
부산혜송학교(특수학교) 초등학교 3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국어, 수학, 체육,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도하고 있으며 전담 선생님들께서 과학, 사회, 음악, 미술을 지도해 주십니다.
2. 학습자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특수학교에는 유예해서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과령 학생들도 많구요. 하지만 올해 제가 맡은 학생들은 유예없이 입학한 친구들이라 모두 2011년생인 10세입니다.
3. 특수 아동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계, 사회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도록 규칙과 질서를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여러 사람이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장애 학생들도 지켜야 합니다. 장애를 이유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식당에서 조용히 해야하고,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면 안됩니다. 아무대서나 떼쓰고 울어서는 안되며 자신의 생각을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4. 코로나 상황 이전에 대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교과서 활용도, 수업 인원, 보조 교사, 수업 시간 등 수업 전반에 대해서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특수학교 교과서가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었고, 현재는 수업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부록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를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노래나 영상을 활용하고, 교과서를 직접 활용하는 활동은 수업 내용 정리 단계에서 5분 내외로 사용합니다. 집중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수업 자료를 자주 바꾸어가며 수업합니다. 일반학교의 수업 과정(전시학습 상기-동기유발-학습목표 안내-본 차시 활동-정리 및 평가)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패턴에 맞게 수업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며 아침 인사를 나누고, 친구의 이름을 서로 불러봅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확인하고 그날 급식 식단도 함께 읽습니다.
5. 온라인 수업시 수업 구성은 어떻게 하셨나요?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여 별도의 내용을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한 이후였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근거한 연간지도계획에 따라 수업내용을 선정하였습니다. 다만, 대면수업으로 꼭 해야하는 학습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지도해야할 단원의 순서를 변경하여 운영했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의 도형 단원은 직접 사물을 보고 관찰하며 조작하는 활동이 필수적이므로 수와 연산 영역을 먼저 지도하도록 순서를 조정하였습니다. 학습 자료는 주로 교과서 붙임자료를 활용하고, 온라인 수업시 사용할 재료나 준비물들은 학습 꾸러미를 배송하여 미리 전달하고 수업때 활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6. 특수 학교 온라인 수업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이들과 대면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채 온라인으로 처음 만나 수업을 해야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라포형성을 하는데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아이들과 친밀감을 쌓기 위해 학습꾸러미를 가정에 보낼 때 초콜렛이나 과자류의 선물도 꼭 동봉하였습니다. 환심을 사기위해~)
그리고 40분이라는 수업시간을 온전히 채우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학생들은 화면을 보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따라해야하는데, 40분 내내 화면을 통해서만 흥미를 유지시킨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1대1 지도가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을 학부모님께서 대신 해 주셔야 하여 학부모님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7. 특수 학교 온라인 수업 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의 표정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이 친구는 싫어하는구나, 이 활동은 매우 즐거워 하는 구나 등등. 학생 개별적 특성이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온 집을 뛰어다니며 컴퓨터 앞에 잠시도 앉아 있지 않는 아이, 부끄럽다며 책상 밑에 숨는 아이, 화상 수업을 하고 있는데 밥을 먹는 아이 등등)
8.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어떤 점을 바꾸어서 교수학습을 준비하셨나요?
아이들 얼굴이 들어간 학습 자료(ppt, 동영상)를 제작하여 수업에 활용하였습니다. 마침 그 기간에 교생 선생님도 오셨기 때문에 다양한 학습 자료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학생들은 자기 얼굴이나 친구 얼굴, 익숙한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매우 신기해 하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님께 미리 아이들의 사진을 전송 받고 그것을 학습자료 제작에 활용하였습니다.
9. 현재는 다시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현재 대면 수업은 코로나 상황 이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여러 학반 친구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것이 일체 금지되어 수업을 구성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여러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던 동아리 활동, 예술강사 수업 활동 등도 모두 각 반에서 따로 운영하게 되었고, 특별실 사용도 매우 제한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교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많이 답답해 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좀더 역동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환경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시교육청에서 일괄 배부해준 실내 공기 정화 식물 화분을 교실에 비치해 두고 아이들과 식물에 물 주기 활동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매트를 깔아주어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수업 내용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학급 친구들끼리 책을 주고 받는 다든가, 연필을 나누어 준다든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10. 온라인 수업 시 학습자의 집중도, 만족도는 어땠나요?
교사가 매주 학습 꾸러미를 제작하여 가정에 발송하다보니 교사의 노력이 학부모님들께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컸습니다.
학생들의 집중시간은 최대 20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정말 억지로 앉아만 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온라인 수업 시기에 아이들과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같이 노래부르고 이름부르며 라포를 형성했던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그 시기가 더 길어질수록 교육의 의미는 점점 더 희미해 졌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11. 학부모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온라인 수업 시 학부모님들의 피드백은 어땠나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컴퓨터 화면을 보게 하는 것, 연필을 쥐게 하는 것, 학습자료를 선택하게 하는 것 모두 학부모님의 역할이었습니다. 지시를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지요. 학부모님들께서는 교사의 역할을 대신 해 보시면서 교사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셨고, 고마움을 충분히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12. 온라인 수업 시 생활지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화면상에서 보이는 문제 행동에 대해 구두로 지도하는 방법밖에 없고, 교사가 지시를 하면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지도해 주셨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께서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화상 수업 이후 학부모님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생활 지도에 대한 어려운 부분들을 함께 상의하였습니다.
13. 특수교육에서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프라, 인적 자원 등)
특수교육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자발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특수학교에 재학중인 초등학생들은 유튜브를 켜서 화면을 터치하거나 넘기는 정도의 기능만을 수행할 뿐입니다. 배움이 일어나고, 스스로 수행해보는 활동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하루 2-3시간씩의 화상수업을 감당하기에는 시력도 나빠지고, 자세도 안좋아지는 등의 어려움도 생겼습니다.
우선 각 가정에 스마트 패드를 대여해주고,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 수업 방식 교육도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생 개별 자료를 제작하는게 가장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일체의 업무를 상당히 줄여나가는게 필요합니다. 자가진단 검사가 매일 100%가 되어야 한다는 형식적인 제도로 인해 교사는 오늘도 100%를 향해 학부모님들께 전화돌립니다. 어려움이 많아 보이지만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조금씩 개선되리라고 생각됩니다.
14. 특수 교육을 준비하는 예비 교사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저는 올해로 교육경력 15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도 신규교사때는 무모한 열정과 패기로 나를 만나는 모든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애썼습니다. 욕심이 앞서다보니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특수교육실무원과 관계도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거름과 햇빛, 물이 되어주면 됩니다. 그래서 많이 칭찬해주고, 과제를 쉽게 수정해주며, 아이들의 부모를 존중하고 함께 격려해 나갑니다. 나를 만난 그 해에 눈부신 변화가 없을지라도, 아이들을 믿고 꾸준히 정성과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그러면 내년, 내후년이라도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내가 뭔가를 확~ 바꿔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믿고, 지켜봐 줄 수 있는 태도를 가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동료 교사, 학부모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도 갖추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첫 걸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