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소통의 방향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통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호응을 얻고 싶어한다.
내 의견이 맞노라 지지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가 잘한 것은 칭찬 받고 싶어한다.
내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받고 싶어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꾸려가고 있는 교육적 태도가 옳은지(옳다면 지지 또는 칭찬을 받고 싶어할 것이고),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소통을 통해 알고자 한다.
일반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해 대부분의 소통을 이어나간다. (물론 초등 저학년의 경우는 학부모님을 통한 피드백도 많은 편이지만 큰 범주로 보았을 때는 학생을 통한 소통이 많다는 뜻이다.)
지금같은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는 학급 게시판에 올라오는 댓글을 통해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서 열심히 소통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살펴보자면, 특수학교 교사들의 소통 방향은 일반학교 교사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점에 대해 조금더 상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학생들과의 소통
쌍방향 수업 중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언어로 명확하게 나타내는 친구는 드물다. 하품을 한다거나, 고개를 떨군다거나 모니터를 보지 못하고 자꾸 자리를 이탈하려고 한다거나.
그런 모습을 보게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발적인 의지로 '뭔가를 해내야지'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드물다. 재미있으면 쳐다보고 따라하고 재미없거나 하기싫으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좀더 본능에 충실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교사는 늘 학생을 유인할 수 있는 도구를 소지한다. 수업 중 노래를 부른다거나, 박수를 쳐서 주의를 환기시킨다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한다거나.
온라인 상에서 수업을 하게 되면 다양한 유인책을 사용하기 어렵다. 수시로 제공하는 유인책도 모니터를 통해서만 주어야 하니 방법이 매우 단조로운 것이다.
그 와중에 아이들의 가장 큰 유인책은 모니터에 비춰진 친구들 얼굴이다.
우리 아이들도 사람이 고프다. 친구가 고프다. 심심하다. 외롭다.
그래서 수업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기 보다는 친구 얼굴을 더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2. 학부모와의 소통
아이들이 직접 접속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으니 대부분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보호자가 수업을 도와주신다. 수업에 먼저 접속한 경우, 학부모님과 일대일 상담을 하기도 한다. 수업 중 아이들이 대답하지 않으면 보호자가 대신 대답해 주시기도 하다. 의도치 않게 매일매일이 온라인 공개수업이다. 내가 사용하는 낱말 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 또한 횟수가 거듭되며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끄는 수업이 아니라 보호자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 되고 있다. 교사의 말이 어려우면 한 학부모님이 쉬운 말로 다시 말해주시기도 하고, 그 학부모님의 말을 다른 학생이 듣고 따라하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라는 말이 실감난다.
3. 동료와의 소통
온라인 수업 준비로 동료 교사들과의 소통이 늘어났다. 자료를 어떻게 제시하니 아이들이 잘 쳐다보더라, 어떤 학습지는 아이들이 따라하기 어렵더라. 우리반은 이렇게 수업하니 더 좋았다 등등. 온전히 수업을 중심에 놓고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었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다양한 방향의 소통을 통해 소통의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좀더 집중하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과 나누는 수업에는 반드시 직접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려운 이 상황에서조차 배움은 일어나고 소통은 일어나고 있으니 여기서 취할 수 있는 것들은 더욱 많이 취하고자 노력할 수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는 잘 하고 있다.
곧 만날 것을 기대하며 조금만 더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