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특수학교 온라인 개학 이야기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교사들은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개학은 등교 개학과 방법만 다를 뿐 정규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교사의 책무성이 더욱 강조된다. 온라인 학습을 통해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누구 한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하는 사실도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가지 이유이다.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지만 전국의 모든 교사들은 힘을 합해 온라인 개학을 하였고, 또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온라인 개학 준비로 성황이다. 학생 한 명 등교하지 않는 학교지만 학교안은 늘 분주하다. 하루에도 한 두번 화상회의를 하고, 학생들에게 제공할 학습자료를 인쇄하느라 컬러프린터 앞은 늘 교사들로 북적인다. 꿈만 같았던(이건 꿈일거야, 특수학교에서 무슨 온라인 개학이야!! 라고 생각했었다.) 온라인 개학은 현실이 되었고, 한발한발 차곡차곡 준비되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특수학교 온라인 개학 실황!
1. 온라인 개학 일정
내가 근무하고 있는 특수학교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선발과정을 통해 직업교육을 받는 과정) 과정이 운영된다. 온라인 개학은 일반학교 학년편제 기준에 준용하여 고3과 중3은 이미 온라인 개학을 하였고, 전공과, 고1-2, 중1-2, 초4-6은 오는 16일에, 초1-3은 20일에 온라인 개학을 할 예정이다.
2. 쌍방향 수업
우리 초3-1은 모두 4명. zoom을 이용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이전에도 꾸준히 화상으로 만나고 있다.)
이미 개학을 한 고3, 중3의 경우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쌍방향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참석률도 높은 편이다. 아직 개학을 하지 않은 학년도 이미 두 번의 모의 화상수업을 마친 상태이며 학부모 만족도도 높다. 단, 학생이 스스로 zoom에 접속하여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학부모의 적극적이 도움이 필요하다. 자발화가 잘 되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일반학교 학생들처럼 소란스럽거나 산만한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는다. 다만 화면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낯설어하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집중 시간이 길지 않아 짧고 굵게 수업을 마무리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두번 횟수가 증가할 수록 화면을 잘 쳐다보고, 친구들 얼굴을 보며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폐아이들이 이렇게 적응을 잘 했나 싶을 정도이다. 우리 교사들도 이 아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하루하루 놀라워 하고 있는 중이다.
3. 수업 자료 제작
EBS나 기타 학습 사이트에서 제공해주는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학습자의 현재 학습 수준 및 수행 능력에 차이가 있어 좀더 세분화 된 학습 목표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수교사의 고충을 이해했는지, 이번에는 발빠르게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장애학생 학습방'을 개설해주었다. 전국 특수학교 교사들의 품앗이(?) 로 전학년 전교과에 해당하는 학습 자료가 단 1주일만에 탑재되었다. (나도 참여하여 일부 제작함)
특수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학습자료는 '특수교육연구회 셋업'에서 매일 재료를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다. 이 연구회에서 제작한 학습자료의 질이 매우 좋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수학급 교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자료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가 제작한 자료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자료를 만든다.
4. 교과서 및 교재
특수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두께가 상당하다. 교과서마다 많은 양의 붙임딱지 조작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가정에 배송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학교와 집의 거리가 상당하여 학교로 교과서를 받으러 오라고 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특수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과정 이수를 위한 자료들을 모두 손수 제작한다. 교과서 관련 페이지를 복사하기도 하고, 조작할 수 있는 스티커나 색종이를 동봉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스티커책도 구입하여 가정에 배송한다. (배송이 가능한 형태로) 온라인 학습방에 링크 하나 더 걸어서 올리기 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는 자료를 찾고, 구성하고, 만드는데 온 시간을 바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옆에 있는 동료교사들이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히 경이롭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쉽지 않았지만 이제 등교 개학이든, 온라인 개학이든 개학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얘들아 어서 만나자.
정말 많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