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오늘만큼은 마음을 나누는 엄마로서(부제: 아들과 소통하기)
토요일마다 아들들은 영재원 수업 듣고 할일 하다보면 어느새 다음날인 일요일이다.
오늘도 어영부영 하루를 보낼 것 같아 아침부터 서둘러 하루 일과를 짜보았다.
차를 타고 근교에 바람이나 쐬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 영화포스터를 뒤적거리게 되었다.
온워드?
주인공이 푸른 피부색을 가졌고, 두 귀도 쫑긋하다. 엘프를 떠올리는 인상이다.
메인에 있는 예고편을 보았다. 내 옆에서 같이 살펴보던 둘째 녀석이 "와 재밌겠다."며 탄성을 지른다.
그래? 오랜만에 영화나 볼까?
코로나 19로 밀폐된 공간을 가기가 꺼려지는 요즘이지만,
극장가들도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고 문체부에서 영화보라고 쿠폰까지 발급해준다 하니 용기내어 극장에 가기로 했다.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좌석배치도 매우 널널하게 되어있다. )
모처럼의 가족 외출이 목적이었으므로 사실 영화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왠걸? 영화가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다. 눈물까지 흘리며 보았다.
1. 이안
답답할 정도로 소심한 아이다. 가족들 앞에서 조차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한마디 걸 때에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마디 땔 수 있는 아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아이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적어본다. 아빠를 만나기 위해 두려움도 이겨내고 한발한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안의 두려움과 떨림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도 조마조마하며 영화를 지켜보았다.
2. 발리
어쩜 이렇게 다른 형제가 있단 말인가! 막무가내다 싶을 정도로 저돌적이고 겁이 없다. 좌충우돌. 제발 내 옆에는 오지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캐릭터이다.
영화 후반부에는 발리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어떤 한 사건으로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겠냐만은.... 영화를 보면서 발리가 조금씩 이해되고 정감도 가긴 하더라.
3. 아빠
하체만 있는 아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괴기스럽기도 하고 엽기적이기도 했지만, 영화 흐름속에서는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그런 아빠의 모습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조금 무서웠다고 했다. ) 하체만 있는 아빠와 소통하는 모습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발등을 톡톡 두드리며 서로 여기있다고, 내가 누구라고 이야기한다. 촉감만으로 소통하고 있다.
돌아가신 아빠가 아들들에게 주는 선물. 그 선물을 꼭 쟁취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두 아들. 그 과정에서 형제간의 우애를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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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리 자체보다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우리가 전하는 사랑을 온전히 느끼는 것일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올바르게 전하고 있는걸까? 자칫 내 욕심을 사랑이라 포장하여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진 않을까?
나는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생각을 어떤 방법으로 듣고, 그것을 해소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나?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삼형제라는 존재가 어떤 느낌일까? 나이차이도 많지 않은, 고만고만한 남자아이 셋이 형제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느끼는 시기나 질투, 행복, 만족, 불평 등등.
긍정적인 느낌은 서로 나누고 부정적인 느낌은 적절하게 배출시키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이런 시간을 통해서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생각해보고, 마음을 써 보는 경험이 한번 더 생길 뿐이다.
당장 내일부터 나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씀의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내가 생각했던 행동들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베여나오지 않을까?
오늘은 온전히 세 아이의 엄마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