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상상력] 동물, 원을 다시 보다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다
지난 4월 현장학습으로 일산의 아쿠아플라넷에 다녀와서 <동물의 공간>이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은 아래의 편지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편지를 읽어주기 전에 우리반 친구들에게 색종이 한 장 씩 나눠주며 현장체험에서 만났던 동물들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하였다. 많은 친구들이, 옥상에서 먹이주기 체험으로 만난 동물들에게 “너는 왜 내가 주는 풀만 안 먹냐?” 아니면 “내가 준 풀을 잘 먹어줘서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썼는데 그 중 한 명이, “너는 엄마, 아빠를 떠나서 거기서 사니 참 외롭겠다. 풀을 억지로 먹이니 참 힘들지?”라는 내용을 담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손선생이 쓴 편지와 그 메세지가 엮여 하나의 레파토리가 되어줄 수 있겠다 싶어 작은 희망이 생겼다. 편지를 먼저 쓰게 하고 이후에 양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주니 아이들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어?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터치 풀,
물고기를 만져도 되는 풀이라니...
작은 물고기들이 요리조리 안 잡히려고 아이들 손을 빠져나간다.
여름방학 때 시냇가에서 바구니로 물고기를 떠내며 잡았던 경험도 오버랩된다.
생명의 다양성, 소중함을 배우기 위해 물고기를 만질 수 있는 풀이라니... 사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거의 한 반 전체의 아이들이 물에 손을 넣고 물 속 생물들을 이것저것 만져본다.
그리고는 '터치풀' 사진에 말풍선을 넣어 보여주며 이 물 속의 물고기는 뭐라고 할까란 질문을 했더니 이제야 동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야, 너 더러운 손을 여기에 왜 넣어?”
“더러운 손으로 내 몸 만지지마.”
편지를 쓸 때는 자기 입장에서 동물에게 말을 하더니, 양들에게서 온 편지를 들은 후엔 동물의 입장에서(자기가 동물인양) 그들을 대변한다. 수업을 이끄는 나도 낚인(?) 우리반 친구들도 이제 모두 함께 오늘 수업에 대한 이야기할 준비가 된 것이다.
동물 카페 가본 적이 있나요?
좋은 기회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CLICK)의 대표 이형주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 때, 동물카페의 문제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최근 10년 내 고양이 카페, 라쿤 카페, 심지어 스컹크 카페 등 별의별 동물 카페가 많이 생겼다. 한 번 씩은 신기하여 가보게 되는 동물 카페. 그 공간 속 동물들이 SOS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 친구들과 애니멀 피플에서 제작한 동물카페의 동물들은 행복할까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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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동물 카페에서 동물들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라쿤은 가로세로 7킬로미터 면적에서 사는 넓은 서식범위를 갖고 사는 동물이예요.
그런데 실내 동물 카페의 공간은 어떠한가요?
이상한 반복행동(정형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좁은 공간에 가두고 누구나 만질 수 있는 그런 환경,
이것은 동물학대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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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카페의 동물들의 상황을 접하니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만났던 앵두가 떠올랐다. 주변에 펼쳐진 모든 자연이 자신의 삶터이고 본능에 충실하고 낯선 곳에서 헤매는 사람도 안내하는 건강한 앵두의 삶이 동물 카페의 동물들과 너무도 대비된다. 대비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쯤해서 미국 시애틀의 한 동물원을 소개한다. 동물의 서식지와 흡사한 조건으로 만들어진 동물원으로 동물들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숨을 죽이는 이상적인 동물원이다. 최소한의 동물에 대한 예의는 지키고 있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 속에서 아쿠아 플라넷에서 본 물고기 아파트, 다른 체험 동물원의 사례를 보면서 동물의 공간을 살펴보고 동물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환경을 가진 동물원도 살펴보았다. 동물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생활 반경으로 끌어와서 우리 동네의 공원이 동물도 좋아하는 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면서 이 수업은 끝이 났다.
5월에 광주에서 만난 댕댕이들이 떠오른다. 한 마리는 송정역 시장 골목에서 1m도 안되는 목줄에 매어 행동 반경이 2m도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고, 음식점 뒷쪽 주차장에 자리잡은 두 마리의 댕댕이도 목줄만 없다 뿐이지 울타리 속 좁은 공간을 맴돌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안전문제와 형편에 따라 그렇게 되어 있는 거지만 동물의 삶이 고달파 보이는 건 현실이다.
이 글의 제목은 영화 <동물, 원>을 생각하면서 붙였다. 직접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동물,원>의 '원'이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목을 곱씹을수록 <동물, 원>에서 원이 가리키는 뜻이 (동물이 원하는) 공간, 또는 (동물이 바라는 것을 뜻하는) 소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 <동물, 원>을 권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