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상상력] 일상이 예술이 되다
일상은?
3학년 우리 반 친구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 하면,
"매일 매일 반복되는 것이요."
"우리 생활"이요.
“평범한 거요.”다.
이 목소리를 모두 조합하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뜻이 동그랗게 모아졌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우리 생활’
이렇게 출발한 수업은 손선생이 가져온 물건으로 옮겨가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물건은 무엇에 쓰는 것인고?
“이 물건은 선생님이 미국의 한 중고물품가게에서 산 것인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아시겠어요? 짐작 가는대로 이야기해 보세요. 특히, 가운데 동그란 부분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호두를 깨기 위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고 동그랗게 찍어서 모양내는 거 아니냐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손선생도 이 물건을 보기 전까지 이것에 대한 존재와 쓰임을 알지 못했다. 재작년 겨울방학, 필라델피아의 한 중고물건가게에서 색깔과 가격(1달러)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다. 집게인 건 딱 봐도 알았지만 집게를 오므렸을 때 가운데 반원모양이 모아져 동그란 형태가 생기는데 이 부분의 기능이 무척 궁금했었다. 이것은 스파게티 삶을 때 1인분의 양을 재기 위한 것이고 면을 삶다가 건져내는 집게였다. 보자마자 사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그래도 용도는 알고 사야겠다 싶어 주변에 있던 다른 손님에게 물어보아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는 그 사람이 고맙고 물건 하나가 짧게나마 연결해 준 인연에 기분까지 좋아졌던 기억을 만들어주었던...그 물건이 우리 집 부엌이 아닌 내 책꽂이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장식품이 되었다. 튀는 색깔이 볼 때마다 기운을 돋워주니 요리용이 아닌 장식용으로 현재는 쓰임을 다하고 있다.
소소한 물건이 작품이 되다
몇 년 전 소무의도에서 주워온 유리조각 한 움큼을 좌르르 아이들을 향한 책상 위에 쏟았다. 이 유리 조각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손선생과 인연이 됐는지는 이 전에 에듀콜라에 쓴 사진+글, <바다는 일회용이 아니다>를 보여주며 이야기해주었다. 그 다음, 예쁜 유리병에 조금씩 담으며 작은 노력으로 유리 조각들이 내 방을 장식할 수 있는 작품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물건이 나에게 오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자리를 어떤 역할로 차지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지각색이다.
나와 물건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이번에는 자기가 가져온 물건에 대해 이야기해 볼 차례였다. 내 물건이 내 것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현재 나와의 관계를 친구들 앞에서 해보게 하였다. 탁구라켓과 공, 철제저금통, 관절인형, 야구공, 마술키트, 뽑기 인형 등을 가져온 우리 반 친구들은 한 명 씩 자신과 자신이 가져온 물건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시작품이 되었다. 우리반 친구들의 책상이 작품대가 되었고 친구들의 손글씨가 작품설명이 되었다. 내 물건이 전시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나 자신이 전시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과 같다. 내 이야기가 전시의 주제와 엮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일상용품이 작품이 되는 전시회를 열어 보았다. 재미있는 점은 3학년이라 그런지 자신과 물건에 대한 관계를 이야기 하면서 거의 모든 친구들이 물건을 친구처럼 사람 대하듯 한다는 것.
이제는 사람이 아닌 물건과 나와의 관계도 생각해볼 때다. 나와 물건과의 관계를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헤어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물건을 갖기 전에는 갈망하다가 그 물건을 갖게 된 후부터는 물건의 수명이 물리적인 조건 보다 심정적인 관계에서 정해진다. 물건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건 물건을 사용한 사람들이 가져야할 물건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다. 이것을 우리반 친구들에게도 알게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