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맹 탈출_03] 소방차도 불조심!
소방차도 불조심!
3학년 어린이가 이 포스터를 그릴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심지어 소방차도 불조심을 해야한다고 하는 것을 봐서는 그 만큼 불조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데요.
몇 해 전, 모 소방서의 불조심 포스터, 그림, 표어 만들기 대회 심사를 우연한 기회에 하였습니다. 소방서에 도착하자마자 저와 다른 심사위원으로 오신 선생님들을 맞이한 것은 넓은 공간에 빼곡히 누워 있는 아이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수 천 장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펼쳐 놓은 그런 진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바닥에 줄줄이 놓느라 수고하셨을 몇 분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괜한 동정심도 일었습니다.
미술대회에 대해 그다지 좋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손선생이라 (미술학원의 소위 상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스타일에 대한 반감과 어린이들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표현보다는 현란한 테크닉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가 싫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잘 된 작품을 고르며 소위 아닌 것들은 각 줄에서 골라내는 그 작업은 재미도 없고 쉽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함께 작품을 선정하시던 선생님들이 손선생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셨고, 같은 미술학원 출신의 작품도 서로 알아보고 그것들은 제외시키기로 결정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동지의식으로 일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몇 시간 만에 대상, 최우수, 우수, 장려 등으로 줄을 세우는 그 작업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들인 작품들에 대한 수고로움에 반하는 행동이었고, 사교육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작품들과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그 작품을 만들고 있었을 때를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판단하는 작업이라 그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과의 관계를 보는 중요한 포인트는 잊혀지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 작업 도중에, 유독 손선생의 눈길을 끌어 스마트폰으로 옮겨와 선생님들과 나누고 있는 작품이 위에 있는 "소방차도 불조심" 입니다. 함께 일하던 선생님들과 저에게 보자마자 큰 웃음을 주었는데요. 자세히 보면 그 웃음 포인트가 다가 아닙니다. 잠시 이 작품을 그린 아이가 되어 그 아이의 마음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불이 나면 우리는 119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해야한다고 배웠습니다.
그 다급한 사태에 가장 반갑고 힘 있는 존재는 소방차와 소방관 아저씨일 것입니다.
최근 강릉지역(손선생의 고향이기도 합니다.)의 큰 산불을 보니 그것은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재해입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생깁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점점 더 큰 일이 되는 것이지요.
그 무서운 불에 대항하여 일하는 소방관 아저씨도,
그 아저씨들이 타고 온 소방차도
큰 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요.
그래서 소방차도 불조심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면서 (물론, 여기에 손선생의 생각이 더 많이 포함되었지만 일단 시간을 갖고 그 아이의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는 시도에 일단 점수를 주면서) 선생님들과 다음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의 작품을 읽을 때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