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것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둘레만 넓어져.
그것을 사람들은 친구 아니면 인간 관계라고 부르지.
나도 그렇게 부르지만
가끔... 무진장 찔릴 때가 있어...
과연? 진짜? 그럴까... 하구...
20년 전 즈음에 블로그에 일기처럼 썼던 글입니다.
지금 보면 어린 나이에 뭐가 그렇게 진지했었는지 참 우스운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관계라는 것...
사실 따지고 보면
교사만큼 다른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회성 관계가 아닌 최소 1년은 지속되는 관계들.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다른 교사와의 관계.
모두가 중요한 관계들인 것은 분명한데
무엇인가 ‘피상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 전처럼
둘레는 점점 넓어지는데 깊이는 점점 얕아지는 느낌.
아마도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매해 반강제적으로
이별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해 바뀌는 아이들.
정기적으로 떠나야 하는 교사들.
그 속에서 익숙해지는 이별.
제가 엄청난 열정과 능력을 가진 교사도 아닌데
이런 것에까지 같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올해는 저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들로
아이들과 조금은 더 특별한 관계를 맺어 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정기적인 칠판 편지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진심을 담은 일기 피드백입니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고,
아이들 역시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면서
교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까지 같이 좋아집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깁니다.
관계라는 것...
나이를 들어갈수록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둘레만 넓어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서로를 위해 쓰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