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졸업식
저에게는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했던 졸업식.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대로 학교를 떠나는 것은 너무 아쉬워서
얼마 전 아내의 축하와 함께 둘만의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흔 살의 졸업식.
보통 사람들에게는 흔하지 않은 경험이기에,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내심 마음 속에서는 축하받고 싶고, 기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아내와 둘이서만 나누었던 졸업식 역시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4년 동안
참 많이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었던 학교 동생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늦은 나이에
이렇게 무사히 잘 졸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 많이 감사할 뿐입니다.
막 졸업을 한 지금 참 기뻤었던 한 순간이 떠오릅니다.
2016년 1월 28일 청주교육 대학교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
마침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는데,
합격자 발표가 나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던 기억.
학생들로부터 모르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아주다가
합격했다는 사실이 자꾸 생각나고, 눈물이 나서 부끄럽게 울었었던 기억.
물론 학생들과 원장 선생님께 축하를 듬뿍 받았었기에,
아직도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너무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그리고 교대에 와서 사랑하는 동생들과 함께 했었던 날들.
적게는 12살에서 많게는 17살까지 차이가 나는 동생들이었기에,
‘제발 왕따만 되지 말자’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었는데
이런 저를 동기로 받아주고, 함께 어울려주어서 참 행복했던 시간들.
마치 제가 ‘두 번째 스무 살’이 된 듯이
나이를 잊고 즐겼었던 행복했던 순간들입니다.
이제 저는 4월 6일(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개학일)에 저의 첫 제자들을 맞이합니다.
20대 때 만났었다면,
더 큰 열정과 체력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의 저는 그 때와는 또다른 모습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교대에 와서 교사가 되었다면
알지 못했을 지난 15년 정도의 경험과 준비들.
이를 통해,
이제는 이 직업과 제가 만나게 될 학생들을
가슴 깊이 사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흔 살의 졸업식.
북적 북적하길 바랬었고, 소중한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길 바랬었던 졸업식입니다.
아쉽게도 그 마지막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 고요함과 적막함 덕분에,
‘이제 나도 교사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제발 나도 좋은 교사가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했었던 소중한 졸업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서
4년 동안 나이 많은 형, 오빠였던 저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 어울려 주었던
사랑하는 청주교대 음악교육과 16학번 동생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