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시간
언제부터인가
남은 시간을 하나씩 세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몇 일, 몇 달, 몇 년.
가깝게는 과제 제출일부터
멀게는 졸업일까지.
그러다 하루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에게
왜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 시작은 아마도 30대 중반에 다시 시작한 대학 생활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지금의 행복한 대학 생활이 하루씩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때로는 졸업까지 기다리는 하루 하루가 길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모순된 마음.
이 모순된 마음을 가지고,
졸업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자주 떠올리게 되면서
다른 이벤트들에서도 남은 시간들을 하나씩 세어보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또,
이러한 흔치 않은 모순된 생각이 왜 저에게 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소중한 일(사랑하는 동생들과 함께 하는 대학 생활)에 대한 행복함과
앞으로의 소중한 일(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교사 생활)에 대한 기대에서 왔다고
스스로 그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자 이 모순된 마음들이 저에게 커다란 감사를 전해줍니다.
현재 제가 보내고 있는 시간과, 미래에 제가 보낼 시간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제가 처한 상황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된 일인지를 떠올리며,
어느새 제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삶 속의 모든 순간들을 열심히 살아간다든지 하는 등
제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삶의 모든 일에서
싫음 없이 감사함만을 느끼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새롭게 생긴 이 버릇을 통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시키고,
제 삶을 조금은 더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께서도
속해 있는 곳에서, 하고 계신 일들 중에서
내게 남은 시간들을 생각해보며
그 시간들에 더 감사하고, 그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실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내가 있음에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내가 있음에 미래의 내가 있는
그래서
저에게 지나간 시간과 남은 시간은
이제 모두 감사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