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시간 2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어서,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 모여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누구에게나 신규가 되기 직전의 순간들이
하나쯤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동아리, 동호회, 교회, 회사...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 설렘, 떨림, 걱정, 두려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동시에 드는 참 오묘한 순간들입니다.
설레면서도 두려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도 아주 조금만 더 있다가 왔으면 좋겠을 것 같은
그런 모순적인 감정들.
그리고 그러한 신규의 마음은
24살 신규 교사에게나,
40살 신규 교사에게나 모두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저는 회사를 그만 둔 후,
교대를 다니는 동안 이미 오래 일을 쉬었고,
임용고시가 끝난 후로는 또 몇 달을 지겹도록 쉬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게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며
3월 2일 개학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3월 2일이 다가올수록
마음 속에서는 제 자신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앞섭니다.
업무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수업은 하나도 자신이 없는데...
그러던 중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었을 때,
내심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물론 준비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일 뿐,
현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은 저 역시 같습니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심적으로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생겼다는 안도감.
그리고 다시 4월 6일을 기다리며
저의 첫 제자들과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정부가 개학을 더 연기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금,
제 마음 속에서는 똑같은 설렘과 두려움 속에
4월 6일에 ‘개학을 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과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또 충돌을 일으킵니다.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신규를 경험해 보았는데...
그리고 초등 교사는
제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오고 꿈꿔 왔던 그런 일이었는데...
여전히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제는 내게 남은 시간의 의미가
‘학생으로서의 즐거웠던 시간’에서 ‘어떠한 학생들의 선생님으로서의 시간’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느새...
지나는 동안에는 더디게 흐르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정말 빠르게 지나가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이라는 녀석 역시
신규 교사가 느끼는 감정과 똑같이
참 모순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선생님으로서 제게 남은 시간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큰 감사함으로, 기쁨으로
기다리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