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 온작품읽기 3) 방법과 후기 (완결)
불리한 조건이 유리한 조건으로 바뀌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째, 교과서 수록작품을 우선 살펴보기. 둘째, 책의 주인공이 읽는 학생과 같은 학년인 책 고르기, 셋째, 학생들에게 친숙한 주제(소재)의 책을 고르기. 이 중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두번째 조건이었다. [프린들 주세요]의 주인공 '닉'에 관한 이야기는 3학년부터 시작하지만,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외한 모든 내용은 5학년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고학년 학생에게 맞는 어휘와 분량이란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소비자', '민주주의'와 같이 고학년 교육과정에 나올법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낱말 또한 쉬운 우리말보다 한자어가 많이 나와 있어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오히려 이 수업을 추진하는데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왜냐하면 앞 단원으로 '국어사전 찾기'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중간에 어려운 어휘를 찾아가면서 공부할 수 있었고, 아이들 또한 사전 활용을 원하였다. 또한, 이 책이 수록된 단원의 학습목표가 '낱말이나 이어질 내용을 짐작'하는 추론 단원이라, 아이들에게 살짝 어려운 내용인 것이 오히려 성취기준을 달성하는데 더 유리했다.
읽기 전중후 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몰입하여 읽기'
많은 교사들이 '온작품읽기'를 진행하면서 '그냥 글만 읽어도 되는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중간에 관련된 활동을 넣어 교과 융합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담은 작품읽기를 방해하고 본래의 순수한 목적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온작품읽기의 최대 목적은 다른 활동으로 수업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한 권'을 온전히 읽고,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이나 삶의 가치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데에 있다. 수업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배움과 읽기'를 위한 방법으로써 온작품읽기를 다시 생각해본다면 온전한 배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필자도 10차시 계획 중 8차시는 오로지 책을 읽고, 중간 중간에 낱말을 짐작하는 일제식 문답 수업으로 이야기 몰입에만 전념시켰고, 아주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필자는 읽기 전중후 활동을 여러가지 구상했으나 실제로 해본 것은 많지 않다. 읽기 전 활동은 이미 7단원 국어사전 단원을 지도하면서 대부분이 충족되었고, 읽기 중 활동으로는 '모르는 낱말 짐작하여 사전 찾기' 활동 2회와 '이어질 내용 상상하여 글로 적어보기', '프린들 주세요를 주제로 한 동요를 만들어 불러보기' 세가지를 계획했었다. 사전 찾기 활동은 학생이 원해서 실시했고, 이어질 내용 상상하기도 간단하게 국어 공책에 적어보는 것으로 실천했다.동요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가사를 짓게 하고 음악은 교사인 필자가 만들어 불러보려고 했는데, 음악이 미완성이라 아직 다같이 불러보진 못했다. 사실 이런 활동을이 어쩌면 다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이 재밌으니까 아이들은 그저 '다음 내용을 빨리 읽고 싶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기 때문이다. 수업 중간 즈음에 어린이날이 끼여 있었는데, 학생 한 명은 '어린이날 선물로 이 책 사달라고 해야지'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수업을 위해 참아달라고 겨우 말렸지만...
꼭 해보길 추천하는 읽기 후 활동 - 낱말 만들기
읽기 후 활동으로는 '새로운 낱말 만들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동학년 부장님과 온작품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듣고 하신 말씀이 인상깊었다. '갑질'이란 단어가 어느새 사전에 등록되었다는 현상을 언급하시면서 책에 나오는 것들이 상당히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예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예로도 얼마든지 '새롭게 낱말이 사전에 등록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실에서는 '배추흰나비' 키우기 활동과 연계하여 배추흰나비의 이름을 지어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배이비'란 이름을 붙여줬는데, 배추흰나비의 '배'와 baby의 뜻 '아기'를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애벌레 시절부터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부화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서 아기처럼 느낀 것 같다.
계획과 과정, 결과 모두가 행복했던 온작품읽기
아이들의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또 읽고 싶다는 말, 국어 시간이 제일 재미있다는 반응은 별다른 노력 없이 '책 한 권'만 쥐어준 교사를 머쓱하게 할 정도였다.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느라 머리 좀 썼지만, 이게 교사의 전문성 아니겠는가.
세번째로 실시한 이 온작품읽기, 어렵게 느껴지는 수업계획부터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읽었던 그 순간, 읽고 난 후 아이들의 반응까지 모두 완벽했다. 활동에 대한 부담만 덜어 낸다면, 책을 과감하게 선정해서 모두에게 나눠주는 결단만 내린다면, 그리고 교사가 또박 또박, 부모의 마음으로 읽어주는 수고만 보탠다면, 어떤 교실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수업이다. 온작품읽기, 다음 작품은 도덕으로 준비 중이다. 아이들의 다음 반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