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_텍스트를 바꾸면 국어가 재미있다 1
왕도가 없는 수업, 특히나 국어 수업은 늘 고민거리다. 어떻게 교과서 속 텍스트가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을까. 처음 읽을 때에도 흥미가 없는 이 교과서 속 텍스트를 학생들은 학원이나 집에서 예습해오기 때문에 교사는 더욱 힘들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주당 가장 많은 교과목 시수를 차지하는 것이 국어인데, 늘 국어 시간은 이미 알고 있는 텍스트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다 알고 질문에 대한 답도 다 써본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계적인 물음과 대답을 하고 있는 나의 국어수업은 학생에게도, 교사인 나에게도 전혀 큰 의미가 없음을 느꼈다.
7단원명은 '인물이 추구하는 삶'이다.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언행을 읽으면서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내는 단원인데, 교과서에 나와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 들어 학생들의 부모 세대도 쉽게 겪기 힘들었을 오래 전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2017년 현재 아이들의 손에는 시가 50~70만원의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고, 아이들의 신발 가격은 6만원 이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달걀과 고무신 이야기라니, 그걸 가르치는 나 또한 고무신을 신어본 적이 없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황하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부모도 학생도 모르지만 교사만 아는 교육의 기본은 바로 '교과서'에 대한 인식이다. 진리와 성전처럼 대하는 그들과 달리 교사는 안다, 교과서가 가끔은 얼마나 허술하고 난해한지를, 그리고 이 교과서는 그저 수업을 위한 한낱 도구이자 자료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제나 대체 가능한 텍스트임을, 교사만 알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 모든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과서 텍스트를 버리고 다른 제재글을 가져온다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래서 2번의 용기를 내었다. 텍스트를 바꿀 물리적인 결심으로 교재 바꾸기, 그리고 바꾸기 위해서 학부모의 도움을 청하는 심리적인 결심, 글쓰기. 자주 가는 인문학 서점의 추천도서 목록을 살피면서 가격과 내용을 모두 살폈다. 마음에 꼭 드는 책이 있었지만 역사소설이라 내 기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서 과감히 포기했다. 고려한 것은 '사회적 이슈', '타 교과와의 연계 가능성', '주인공의 연령대', '재미'다. 마침 도덕과 6단원에서는 인권을 다루고 있었고, 나는 (그놈의) 학예회를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도덕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그래서 선정한 책, '스토의 인권교실'이다. 줄거리를 읽어보니 학교폭력예방교육도 가능하고, 도덕과 수업도 되고, 국어수업 텍스트로도 괜찮아 보였다. 이틀 전 알림장으로 홍보를 하고, 가정에 '책'을 사줄 것을 긴 장문으로 부탁드렸다. 글을 쓰다가 문득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단 돈 1000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것 저것 비교하는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책값으로 12000원이나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흔쾌히 사겠다'는 댓글과 함께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댓글을 보며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내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스토'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함께 읽어볼 생각이다.
이게 그 유명한 슬로리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