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뭔가 많이 모르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의 시기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
학기 중엔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들을 미루고 미루다보면 어느새 2월에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고 있는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맙소사, 작년 초에 샀던 책을 다 읽지도 못했는데, 현장 교사들이 쓴 책들은 훨씬 더 많아졌다. 표지를 보니 마음이 혹한다. 저걸 읽어야만 우리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램프의 요정과 응하루님께서 '조금 싸지만 새것 같은' 책이 여기 있다며 나를 자꾸 부른다.
중고서점에서 여러 책을 보려고 훑어본다. 현장 교사들이 쓴 책 중 일부가 이 곳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아싸'하며 책을 집다가, 이내 손은 다른 책으로 향한다. '일본의 내일', '르 코르뷔지에(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철학콘서트' 같은 책들이 나를 더 유혹한다. 지금 교육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내가 일본의 내일이나 걱정하고 있을 때인가, 하면서도 저걸 읽지 않으면 너무 궁금해서 안 될 것 같다.
신학기 꿀팁 정보들, 더 좋은 것들이 있을까?
3월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런 시류(?)에 맞춰 많은 교사들의 3월 학급운영 꿀팁이 대방출되고 있다. 언뜻 살펴보니 비슷한듯 하면서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고, 모두 흥미로운 것들이라 다 시도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글을 읽고, 시도하려다가 못하고, 주저하고, 또 2월이 되어 이런 글을 읽는 세월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준비만 하다가 세월 다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른 이의 노력을 내 것으로 만들기보다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고 새로움을 만드는게 훨 빠를 수도 있겠다는 눈치를 챈다. 스스로 조금 만족해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오픈되지 않는 교직 문화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어렴풋이 접하는 타인의 교실 때문에 우리의 결핍은 여전하고, 타인으로부터 좋은 것을 얻어 새로움을 준비하려는 우리의 습관은 지속될 것이다. 이 또한 훌륭한 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새학교는 어떨까?
가만 생각해보니 이제는 새로 맡을 학년을 알게 됐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 교사수준 교육과정을 제대로 실천해보고 싶은데 뭔가 모르는게 많다. 아직도 전담 교과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모르고, 학교 여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이래서 1월 연속으로 방학을 쭉 보내고 2월은 오로지 신학기 준비의 달+인수인계의 시간이 되도록 확보해야 하는데, 이쪽도 저쪽도 여전히 2020학년도를 준비하고 있는 애매한 시간이다. 매 학년도의 2월이 이렇게 허비되어도 되는 것일까. 뭘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다. 미래를 꿈꾸지만 과거가 발목잡는다. 과거는 마무리되어도 현재를 준비할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급훈을 이렇게 시작해야 할까?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