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수업] 단원 도입 빙고의 허와 실
지도하기 어려운 경험 중심 사회과
거대한 현상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야 하는 사회 교과의 특성상 교사가 한정된 교실에서 무언가를 지도하기란 참 어렵고 까다롭다. 특히 3학년 수준의 사회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점차 인식해 나가는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학생의 경험을 나누고 비교해보는 과정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바깥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나누어야 할 교재의 대상은 현실적으로 교실 수업에 옮겨오기 어렵고,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대화는 금방 옆길로 샌다.
단원도입 빙고의 의미
딱히 가르칠 것은 없고, 어휘력과 경험이 부족해 표현할 내용과 표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40분 수업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사회과 첫 단원의 기초 다지기이자 주요 활동으로 '핵심 단어'를 찾아 기록한 후 '빙고 게임'으로 연결하는 학습지를 제작한다. 책을 그냥 읽기보다 학습지에 나와있는 빈칸을 채워가면서 책을 읽게 하고, 핵심 단어를 한번 더 써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후 단어를 이용해 빙고게임을 진행하니 아동의 흥미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런 학습활동이 의미있는 활동일까?
의도는 바람직하나 효과는 미약
글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도 글을 꼼꼼하게 읽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빙고게임과 연결한 핵심 단어 찾기 활동은 매우 유익하다. 그런데 3학년의 경우 중요하게 다뤄야 할 핵심 단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핵심 개념과는 크게 상관없는 다른 단어까지 빈칸을 채워야 하는 불필요함이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사회과 개념에서 크게 필요가 없거나 이미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낱말인 '공통점', '차이점' 등을 써야 하는데, 학습에 꼭 필요한 개념이라기보다 '빙고게임'을 하기 위해 넣은 낱말로 그만큼 3학년 교과서에서 주요 낱말로 사용할 개념 자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워야 할 개념어가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학생 수준에 맞게 쉬운 교과서로 변경되고, 활동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빙고 게임 또한 학생 참여와 활동 중심의 수업을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도입된 것이므로 그 의도는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빙고게임이 이뤄질 때는 교과 속 개념이 분절되어 '낱말'로 기능하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학습으로 연결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교과서 내용을 전체적으로 읽고 이해하기 보다, 빙고 게임을 하기 위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낱말'을 분절적으로 찾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성' 힌트를 제시해서 초성에 맞는 낱말만 찾는 학습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빙고 게임을 학습에 도입할 때는 보다 신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완할까
빙고게임을 할 때 단순히 '낱말'쓰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나타내는 예시 문장을 표현하는 규칙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인공위성'이란 단어를 단순히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의 '뜻'을 부르면 모둠 학생들은 그 뜻에 맞는 낱말을 표시하는 것이다. 뜻을 아는 학생은 표시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표시하지 못하고 옆 친구에게 물어보며 학습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교사가 순회지도를 하면서 뜻에 알맞은 개념어를 표시하는지 지켜본다면 과정평가(관찰법)의 한 방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빙고게임이 인기있는 이유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 수업을 할 때 딱히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를 때, 학생들이 한동안 집중해서 활동을 해야 할 때(보통 교사의 업무가 많을 때), 빙고 게임을 단순히 시간 떼우기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빙고 게임의 의도와 목적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보다 의미있는 수업이 될 것이지만, 단순한 형태만 취해서 적용한다면 '교사에게만 편한' 수업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