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正義] 학급운영_ 관성과 고민
패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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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4 22:41
고학년을 자주하던 내가 저학년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학급운영과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알게 된 방법 중 가장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방식이 2가지가 있는데, 바로 1-2-3 매직과 학급긍정훈육법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통한 학급운영 방식을 실수없이 적용하기 위해 특정 상황을 상상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궁리하고 있다. 1-2-3을 쓸 때 아이들의 반응과 교실의 분위기, 교사의 기다림과 스트레스 등을 구체적인 상황에서 상상해보고 이때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훈육, 교육 방안을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다.
상상은 대체로 3단계로 나뉘어 이뤄진다. 처음엔 가장 잘 적용되는 이상적인 단계, 다음엔 대체로 잘 적용되나 원칙과 긍정훈육만으론 상대하기 힘들지만 끝내 변화시킬 수 있는 몇몇 아이에 대한 상상, 마지막으로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극단의 상황, 이렇게 3단계를 상상한다. 상상이지만 경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나의 감정이 이입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상상한 단계 중 극단의 상황은 1-2-3매직을 사용한 나의 새로운 교육조치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의 부적응행동을 더 키우는 상황이다. 문제행동이 보이는 아이에게 셋을 세어 타임아웃을 시켰는데도 타임아웃 자체를 즐기는 아이 덕분에 내가 화가 나는 것, 더불어 타임아웃된 아이의 수업 방해 행동이 다른 아이들을 동요시켜 교실 전체의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원칙은 깨지고 1-2-3매직 적용은 헛수고가 되며, 아이들은 나의 엄벌에 놀라 행동을 정지한다. 처음부터 무서웠던 교사보다 더 많은 미움을 받게 되면서 관계는 허물어진다.
자꾸만 이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관성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습이고, 학습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나는 모든 신경을 수업에 쏟아 부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기초학습이 보장되고 더 나은 배움으로 연결되려면 집중력있는 수업 태도의 형성은 필수다. 그동안 엄한 태도로 일관하고 훈육하던 기존의 학급운영방식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켰다. 아이들은 대체로 나를 무섭다고 평가해도 싫어하진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수업에 집중했고, 수업이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더 훌륭한 방식이 있고 이를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도 직접 체득하진 못했다. 나의 관성이다.
그러나 이젠 수업 이외의 것을 생각해야 한다. 말보다 무서운게 행동이라고 했던가, 특히 저학년일수록아이들은 비언어적표현과 시스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모범감화형 교사로 변신해야 하는 길목에서 나는 교사의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게 되면서, 기존의 장점을 살리되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단점을 극복해야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올해에는 관성으로부터 이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중이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버리려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