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_텍스트를 바꾸면 국어가 재미있다 2
이상하다. 교과서나 한 권의 책이나 다 똑같은 한글이고 이야기인데 왜 아이들은 둘을 대하는 태도나 집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작년에 가르쳤던 5학년 2학기 국어 7단원의 지문이 너무 지루하고 시의성에 맞지 않는다는 나의 판단 때문에 교재를 바꾸고 온책 하나로 슬로리딩을 시작했지만, 교과서를 읽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왜 그럴까? 교과서 속 지문과 온책은 텍스트로써 어떤 차이가 있는지, 두 가지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텍스트로서의 교과서 속 지문은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좁은 의미의 텍스트는 '지문 속에 정답이 있다'는 입시 명언처럼 문제를 풀어내는데 필요한 활자에 불과하다. 내적 호기심나 이야기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욕구을 충족하기 위한 읽기가 아니라 물음에 대한 답을 쓰기위해 읽기 때문이다.그래서 교과서 읽기는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기계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읽는 읽기에는 어떠한 내적 동기도 유발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가 12000원 가량의 돈을 주고 산 책은 재화로써 기능하며 교과서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비싼 책엔 아이들이 싫어하는 물음이 없다. 깔끔한 디자인에 활자는 큼직하고, 눈을 쉬게 하는 몇 컷의 그림이 글과 함께 나와 있어 처음부터 읽는이의 관심을 이끈다. 자연스럽게 생긴 관심은 자연스러운 읽기를 유도한다. 교과서 속 지문과 달리 이 책의 이야기는 하나의 큰 궤를 이루어 전개되므로 금방 읽게 되고,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제 교사가 할 일은 이 책을 '텍스트'로 바꾸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은호를 노예로 삼았단 재인이가 스토 부인을 만나고 미국의 노예제도 현실을 목격하면서 변화하는 심리 상태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 물음은 답을 찾는 물음이 아니라 느낌을 나누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느낌과 느낌이 대화로 연결되면서 사유는 확장되고, 텍스트는 대화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교사의 적절한 텍스트의 선정과 제공으로 학생은 텍스트와 대화하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읽기를 수업시간에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텍스트를 바꿨다. 분절된 교과서 지문보다 온책을 천천히 읽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텍스트'로서의 기능 때문이다. 표현하고 싶은 하나의 인문학적 세계관이 분절 없이 글 속에 담겨있을 때 학생들은 하나의 사유에 온전히 접근할 수 있고, 학생 스스로의 사유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취기준 달성을 위해 엄선된 좁은 의미의 교과서 지문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사유의 총체로써 대화할 수 있는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