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체육수업] 온작품읽기 -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 친구1 (작품선정 및 활동소개)
작품 선정의 고민
수업 주제와 소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만큼 수업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1학기에 [프린들 주세요]로 꽤 괜찮은 교육과정을 계획했던 탓에 2학기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프린들주세요]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면서도 재미를 살린 갈등의 전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혹여나 작품 읽기에서 지루함을 느낄 염려 탓에, 스토리의 전개 보다는 끊어서 활동할 수 있는 작품 선정이 더 나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 부산의 인디 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3-4학년군 온작품읽기 도서로 3학년 2학기 국어 1단원 수록 작품인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 친구'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 작품, 고를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국어 교과서에 실린 수록 작품이라 성취기준 중심 교육과정 운영에 편리하였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진도를 빼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둘째,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 중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첫 장면이 생략된 채 실려 있었다. 작품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의 생략이라(이미 교사 커뮤니티에서 관련 부분을 지적한 선생님들이 계셨다), 이 작품을 온전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셋째, 작품 전개에 나오는 소재들이 미술이나 과학 교과와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기 쉽다. 넷째, 분량이 100쪽 내외인데다 글씨는 크고 중간에 삽화가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없다. 1학기 때 생각했던 작품선정의 조건과 거의 비슷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두번째 이유다.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인 텍스트의 분절을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작품을 통째로 읽는 것이다.
국어 - 적절한 몸짓, 표정, 말투 놀이
이 작품으로 교육과정을 짜면서 크게 국어, 과학, 미술 교과를 연결하였다. 우선 국어 1단원 성취기준은 적절한 몸짓, 표정, 말투를 이해하고 표현해보는 것이다.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의 기초이자 9단원에서 나올 교육연극 단원의 기초가 된다. 친구 관계를 돈독히 하고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는 문화를 이해하기에도 적합하다. 다행히 이 작품에는 지렁이와 부벨라의 대화가 많고, 그 대화에 적절한 행동과 심리가 작품 전체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 국어 시간 활동은 '짝을 보며 연기하기' 활동으로 정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부벨라나 지렁이의 대화가 나오면, 표정과 몸짓, 말투를 살려 다같이 외쳐보는 것이다. 짝과 함께 번갈아 연습해보는 시간도 주었더니 아주 활발하게, 그리고 즐겁게 참여했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나 싶을 정도로, 3학년 수준에 딱 맞는 활동이었다. 우수 학생에겐 교육연극에서 사용하는 정지기법을 사용해 모든 학생이 주목하게 하고, 이를 따라해봤다. 웃음과 배움이 함께하니 참 좋았다.
체육 - 거인 놀이
거인 부벨라는 남들과는 다른 신체 크기 탓에 친구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존재다. 어느날 이 존재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으니 바로 지렁이다. 지렁이와 거인 부벨라가 친구가 되고, 남과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다. '다름'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작가가 '거인'과 '아주 작은' 지렁이를 활용한 것이다.
술래잡기를 할 때, 술래는 집단에서 가장 유별나고 독특한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술래잡기를 즐겨했고 좋아했다. 인간의 내면에 어쩌면 다름을 설정하고, 다름을 즐기는 욕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은 너도나도 '술래'를 하고 싶어하지, 모두가 똑같은 평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거인이 되었을 때의 장점, 재미를 살리는 놀이로 주인공의 마음에 더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다듬어 '술래잡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체적인 규칙을 다듬어 설명하려고 했나 쉽지 않았다. 굳은 머리를 뒤로한 채 놀이의 특성을 잘 아는 학생들에게 직접 맡겨보기로 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작품 주인공인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를 생각하면서 재밌는 놀이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다음날 체육 시간, 놀이를 발표해보랬더니 두 친구가 발표한다. 첫번째 놀이는 거인이 술래가 되어 지렁이를 잡는데, 지렁이인 친구들은 걸어다닐 수 있으며 거인(술래)의 터치를 피하기 위해 앉기(지렁이처럼 땅 속으로 파고드는 행동에서 유추)를 5초 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괜찮은 생각이라 칭찬해주면서, 공간을 제한하고 앉기의 횟수를 2회로 주어 거인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규칙이 다소 엉성했고, 거인 부벨라의 심리를 이해하기엔 다소 부족했던 놀이였지만 3학년 수준에서 즐겁고 활발한 활동이 일어났다. 소외를 느끼면서도 지렁이의 도움으로 부벨라가 활발해지는 규칙을 구상했다면 어땠을까?
* 다음 글에서 과학, 미술, 그리고 못다 소개한 국어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