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正義] 방학숙제 생각해보기 2
방학숙제를 확인하기 전에... 이 숙제의 목적을 생각해보기
방학 숙제 설정에 필요한 원칙 4가지는 1) 수치 설정, 2) 목표 초점화, 3) 지속성 확인, 4) 동력 설정 이상 4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를 4주 단위로 쪼갠 후 매일 매일 '체크'해보게 한 것이다. 보상으로 '사제동행'을 제시했더니 아이들이 워낙 의욕적이었고, 어린 학생의 발달 단계에도 보상을 부여한 것이 유효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부족한 것을 '복습'위주로 공부하게 되면 몰랐던 것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고, 한번 배웠던 것이라 더욱 쉽게 느껴진다. 요약하면 숙제할 맛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숙제를 꾸준히 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이들의 과제물을 일일이 다 확인하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배움을 놓는 방학의 원래 의미를 살려 '결과물'을 세세히 살펴보진 않았다. 원래 이 숙제의 목적은 '성취감'을 높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모둠을 만들어 아이들과 서로의 결과물을 돌려보게 하고, 성실하게 푼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체크리스트 예시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체크리스트에 매일 체크한 다음 부모님께 확인 서명까지 받아오면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학기말에 보내 준 통지표의 회신란에는 '방학숙제를 성실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내심 기뻐하는 부모님들의 글 볼 수 있었다. 완벽히 체크해서 제출한 아이가 8명이었고, 가져오지 못한 아이가 2~3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반 학생 중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내일 최종 통계를 내보고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아래 표는 어쩌다 만들게 된 표다. 큰 목표를 주 단위, 일 단위로 쪼개어 보도록 만들었다.
상중하 평가를 본인 스스로 솔직하게 한 점이 인상적이다. 가정통신문 회신란에도 몇몇 부모님들이 이런 점에 흡족해 하였다.
요일 칸을 보면 5칸을 모두 색칠하지 않아도 그 주의 목표를 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적절한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부모님들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해하는 모습이 뚜렷해 보였지만, 그건 조금 무리인 것 같고... 내일까지 회신란과 체크표를 기다려 봐야겠다.
한계와 잡념
과제를 성실히 해온 학생들도 많았는데, 나에게 더 잘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문제집'을 한가득 가져 온 학생도 여럿 있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실은 내 마음과 전혀 다른 언어가 튀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린 아이에게 '문제집은 참된 공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할 순 없었으니까. 문제집 숙제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시도하였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문제집과 학원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쨌든 이런 아이들은 집에서 많은 관심과 신경을 써준 덕분에 성실한 방학을 보냈을 것이다.
방학 숙제는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어른의 관심에 따라 그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딱히 만들기를 하거나 프로젝트 숙제를 내준 것은 아니기에 부모의 손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숙제를 하는 아이의 습관 형성에는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이다. 이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몇몇 부모님은 아이가 성실히 했는데 본인의 실수로 숙제 결과물을 잃어버렸다고도 하였고,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숙제에 미진했다며 죄송하다고 알려주시기도 하였다. 참 고마운 문자임과 동시에, 이런 관심을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받았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시까지 붙잡아두고 내가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 변하려나? 전혀 그렇지 않다. 시간은 오로지 참된 보석 위에서만 아름답게 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