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수업x온작품읽기] 새 아빠가 생긴 나, 내 성이 바뀐다면?
3학년 도덕 '가족 단원', 온작품읽기로 시도하기
『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이윤진, 하의정, 초록우체통, 2009)는 3학년 3반에 모인 각자 서로 다른 다섯 친구의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소개하는 단편 모음 책이다. 아빠와 단 둘이 사는 현도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재호네, 자신을 입양해준 부모님과 사는 선주네,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 그리고 새아빠의 친 딸과 살게 되는 지환이네.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끝에, 문학의 힘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국어과에서는 8단원(의견이 있어요)와 10단원(문학의 향기) 차시를 빌려 왔다.
새아빠와 누나가 생긴 지환이
지환이의 엄마는 친아빠와 이혼한 후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친아빠가 아닌 탓에 새아빠에 대한 사랑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환이. 엄마는 늘 누나(민정) 편을 들고, 새아빠는 나를 잘 보살펴주는 듯 하지만 결국엔 친딸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늘 심통이 난다. 새아빠와 엄마는 서로의 친자식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갈등을 이겨내고자 한다.
성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면?
지환이는 어느날 친하게 지내는 친구 경호와 함께 길을 걷던 중 뒤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놀라 뒤돌아 본다. 뒤에서 지환이를 부른 친구는 새 학교로 전학오기 전에 친했던 친구다. 그 친구는 지환이를 '박지환'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환이는 지금 '강지환'이다. 옆에 있던 경호는 어떻게 된거냐며, 왜 네 이름이 박지환이냐고 묻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당황하는 지환이... 과연 우리반 학생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까? 이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솔직하게 말한다'는 답변을 주로 했다. 자신의 성이 바뀌게 된 이유를 친구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답을 발표하려는 3학년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 답은 아이들의 실제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강한 압박 질문을 했다. "경호는 지금 지환이의 가정 상황을 잘 모르고 있고, 태어나서 지금껏 성이 바뀐 친구를 본 적이 없어. 만약 경호가 놀라거나, 지환이를 놀리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압박 질문에 감정이입을 하던 아이들은 '거짓말'로 둘러대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 대답이 '교육이 원하는 답'은 아니라 생각했고, 아이들이 해야 할 대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짓말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또 다른 답변을 기대하고 더욱 강한 압박 질문을 던졌다. "거짓말은 나쁜 거잖아, 그리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어떻게 하지? 혹시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다른게 당연한 것, 그러므로 당당해야 하는 법
사실 교사인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답했을지 생각해봐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것은 부끄러움 대신 '당당함'이었고, 움츠러드는 모습 대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나의 기대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똘똘한 학생 A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바뀌었어. 그게 어때서?" 적절한 표현이었을까? 문장에 담긴 의미보다 내가 더욱 A의 발표를 칭찬했던 것은 표현에 담긴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이었다. 당당함, 자연스러움, 또렷하고 분명한 말소리, 화가 난 것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표정.
이상하지 않은 일을 이상하게 보는 이유는 '소수'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수의 사례라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한 부모 가정도, 다문화 가정도 모두 이상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경호는 지금껏 '재혼 가정'의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환이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놀랠 수가 있어요. 또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놀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것이 놀려야 할 일인가요? 나와 친구의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친구를 놀리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린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아니까. 우리 교실과 옆 교실의 게시판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놀리지 않아요, 우린 서로 다르게 꾸몄으니까. 경호는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만약 우리 반 중 누군가가 경호의 입장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찝찝함
책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지만, 재혼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아픔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성'을 따르는 이 책의 설명 또한 짧게는 10년 후엔 진부한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다. 어느날 아내한테 "둘 낳게 되면 한 명은 네 성을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거절당했다. 사실 나는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물었지만... 내 가까운 사람, 나의 학생, 나의 가족이 지닌 생각에 하나의 물음표를 던지고자 한 말이다. 3학년 아이들에게도 이 내용을 던져볼까? 넌 왜 아빠 성을 따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