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正義] 학급학예회, 이렇게 해봤습니다
무대 중심으로 학반 전체가 꾸려가는 학예회를 준비하다보면 교우관계에 잦은 갈등이 생긴다. 고학년 학부모 사이에선 차라리 학예회를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할 정도이니, 그동안의 학예회가 얼마나 많은 비교육적 과정과 결과를 일으켜왔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급학예회가 대안으로 나왔지만, 각자의 무대를 살펴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교사는 더욱 바쁘고 힘들어졌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과 딱히 상관없는 비교육적 공연을 위해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는 것이 교사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 준비로 허비하는 교육과정 시간을 아끼고, 1년 간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다지자는 의미에서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것을 발표하는 '교육과정 발표회' 형식으로 학예회를 꾸려봤다.
내용구성과 방법
우선 1년 간 배웠던 모든 교과목과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앞에서 발표할 만한 장르를 예시로 소개하였다. 강의, 실험, 해설, 연극 등 교과 단원과 관련있는 것들을 이야기했고, 그 외에도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 위주로 준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바이올린과 마술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준비하게 되었다. 한편 학생들의 무대를 스마트폰과 tv를 미러링으로 연결해 틈틈히 보여주었다. (마술, 실험 등)
-시 낭송 퀴즈 : 국어(1학기 1단원 / 시를 듣고 제목 맞추기 활동)
-곱셈 강의 : 2학기 수학(3단원 곱셈 - 격자곱셈법)
-리코더 연주 : 학교 문화예술특색사업 / 음악시간 활용
-미술관 특별전시회 : 달 콜라주, 고무줄목각인형, 수채화(고래 협동화)작품, 복도게시판꾸미기(병뚜껑 콜라주)등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소개하며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작품제작 과정과 의미를 설명
-과학 실험 : 1학기 과학(탱탱볼 만들기) - 인터넷방송 형식처럼 시도
-보드게임 체험 : 동아리시간 활용. 게임 방법을 4명의 아이들이 나누어 설명한 후,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체험할 가족을 추첨으로 뽑았다. 4명의 아이들은 각 테이블에서 게임방법(리코셰로봇)을 설명하였다.
-연극 : 국어 2학기 1단원(적절한 표정, 몸짓, 말투) 및 9단원(연극단원)과 연계 / 문화예술특색으로 교육연극 수업 진행중
-클라리넷 :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의 발표
-카논 연주 : 음악. 교과서에 멜로디언과 실로폰만으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데, 리코더와 알토 메탈로폰을 추가하여 나와 학생들이 함께 연주하였다. 연습은 매 음악시간에 틈틈히 하였다(4-5차시).
의도
우리반의 학급 학예회는 3가지 원칙으로 꾸려졌다. 첫째,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예회, 둘째,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학예회, 셋째, 역량을 기르는 학예회다. 첫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학생에게 우리가 배웠던 열 개 가량의 교과목을 다시 되짚어보게 했다. 수학을 강의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처럼 과학 실험을 선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동안 그리고 만들었던 미술작품을 설명하면 그게 미술전시회가 되고, 1년 간 꾸준히 해왔던 동아리활동 시간을 이용해 부모님과 함께하는 보드게임을 체험시간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과정과 연계하면 둘째 조건인 다양한 볼거리도 자연스레 충족된다. 준비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학부모님께 우리가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임을 짤막하게 언급했다. 세로셈만 아는 어른들에게 새로운 알고리즘의 곱셈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서, 새로운 악기인 알토 메탈로폰의 음색, 보드게임 문화 등 학부모가 체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다.
효과
배웠던 것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다. 학생들은 오늘의 학예회를 통해 자신이 배웠던 것을 확인하고, 나아가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생각보다 격자곱셈법이 어려웠다는 것을, 가족과 함께하는 보드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내가 만든 작품의 의도를 어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한 실험의 실패로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렇게 또 나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발전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