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비평] 흥행하는 수학수업을 위하여
대분수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분수에 대한 키워드 3가지를 아래와 같이 뽑아 봤다.
1) 큰 분수? : 대분수, 흔히들 '큰 분수'라는 오개념으로 지도하기 일쑤지만 실은 전혀 다른 뜻이다. '띠 대'자를 쓰는데, 허리띠, 즉 허리에 자연수 하나를 차고 있어서 대분수라고 칭한다. 3학년 1학기 과정에서 배우는 분수의 형태는 '진분수'와 '단위분수' 2가지를 배운다. 3학년 2학기에 오면 분자가 분모보다 더 큰 분수들을 대분수라 가르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어른들이 대분수를 '大분수'라 착각하고 가르치고 있다. 실제로 대분수의 뜻을 알려주면 많은 학생들이 '아~'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2) 계륵.. : 대분수는 초등학교 과정에서 주로 많이 활용될 뿐,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대분수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곱셈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가분수 형태로 놔두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초등학교 수학을 지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굳이 사라질 대분수의 형태'를 왜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러나 분수가 처음 도입되는 상황은 초등학생이 실생활에서 주로 많이 보는 것들- 피자, 사과와 같은 음식에서 분수의 개념을 추출한다. 사과 1개를 똑같이 4개로 나누면 1조각은 1/4개가 된다. 1/4개가 5개가 모이면, 다시 사과 1개가 완성됨과 1/4개가 남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가져왔으며, 자연수로부터 시작하였기 때문에 다시 '자연수'가 됨을 지도하다보니 대분수가 활용된다. 실생활에서는 대분수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르다.
3) 덧셈! : 자연수와 분수의 결합을 하나로 나타내는 대분수는 사실 '덧셈' 기호가 생략된 분수다. 5학년 과정에서는 분수의 곱셈을 지도할 때 대분수의 곱셉 부분을 따로 가르치게 되는데, 자연수와 분수를 따로 계산하는 분배법칙이 이곳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덧셈의 생략을 명시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고, 그림을 통한 개념적 이해를 한 학생들 중 일부는 대분수의 연산 과정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기준을 생각하며 대분수 지도하기
T: 여기 1개가 있어요 (긴 띠를 3개로 나누고, 맨 왼쪽에 0, 맨 오른쪽 끝에 1을 쓴다). 색칠한 한 칸은 얼마인가요?
S: 1/3입니다.
T: 색칠을 3개 다 하면? S: 3/3입니다. (1과 똑같습니다.)
T: (띠 2개를 그린 후에 3칸 씩 나누고) 만약 4칸을 칠하게 되면 이것은 4/6가 되겠네요, 맞아요?
S: 네... 네? 아니.. (침묵)
기준을 생각하지 않는 분수의 공부는 매우 위험하다. '띠가 2개로 나뉘어져 있으니까 4/6가 아닙니다'와 같은 단순한 생각도 교정해줘야 한다. 교과서 문제를 잘 살펴보면 1/3의 예시가 미리 제시된 후에, 띠 2개를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띠 1개를 '1'로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한 칸의 크기는 1/3이며, 단위분수 1/3이 4개 있으므로 4/3임을 알려 주어야 한다.
결국 알고리즘 훈련으로 바뀌는 수업
위와 같이 교사가 분수의 개념을 깊히 이해할 수 있는 흐름으로 수업을 구성했다면, 그리고 수업이 학생과 교사 사이에 원활하게 소통되며 수업이 진행되었다면, 학생들은 분수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이 분수와 관련된 문제를 풀다보면 기준이나 단위분수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 특히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고치는 다음 학습에서는 관계적 이해에 실패하며, '알고리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은 분모와 자연수를 곱하고 분자와 더하는 알고리즘을 반복적으로 지도한다. 만약 이런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반복학습을 시켰다면 - 기존의 학습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우리가 영화를 한 편 볼 때 영화에 담긴 뚜렷한 주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를 본다. 2시간의 시간은 나중에 정리될 하나의 생각을 보다 풍성한 반응으로 나타나게 하는데 도움을 주며, 더 나은 상상과 발전으로 뻗어나가는 역할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2시간 동안 화려한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상상을 자극하는 여러가지 복선에 몰입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다. 수업 또한 영화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어야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40분의 수업에서 35분 가량의 교수학습이 마지막 5분에 정리해야 할 핵심 개념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만약 교사가 했던 수업의 구성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최종 목적지(성취기준)에 이르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수업의 가치는 매우 떨어질 것이다. 수업을 했는데 문제를 못푸는 현상을 목격하고, '결국 알고리즘을 가르쳐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그동안 무의미한 연출을 한 것이다.
흥행하는 수업을 위하여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서 흥행을 위해 필요한 조건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교사가 원리와 원칙에 따라 개념을 설명했음에도, 다음 차시에서 대분수와 가분수의 변환이 안 된다면 몇 가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계 구조를 생각해보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르친 내용은 '발단'과 '전개'부분에 해당한다. 학생들 스스로 대분수와 가분수의 변환을 어려워 하는 것은 '위기'단계다. 이 순간이 소설과 드라마를 보다 즐겁게 만드는 요인임을 교사가 인식해야 한다.위기의 순간에, 교사는 보다 확실한 인지적 갈등의 단초와 함께 협력학습, 점프과제와 같은 문제 해결의 기회를 제공하여 '절정'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주변의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친구를 위기에서 구해줄 용감한 소방관은 어디에 있나요?"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판타지다. 판타지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여 수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절정의 단계로 초대해야만 한다. 때론 교사가 그 판타지의 주인공이 되어 학생을 구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