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탐구 절차 익히기- 2. 마늘은 자석의 힘을 약하게 한다?
어떤 주제를 정할까?
자석와 마늘의 관계를 다루기 전에, 우선 학생들에게 주제 선정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일들이나, 1학기 때 배웠던 것 중 더 알고 싶은 것을 발표해보게 했다. 과학적으로 실험이 가능하고, 교과서와 관련된 것이면 더 좋으며,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궁금한 것을 말해보게 했다. 물론, 학생들로부터 수업이 가능한 문제를 얻긴 어렵다. 이것이 실험 가능한지를 생각해보게 하면 학생들도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예_누구랑 누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귀신이 있어요?). 그래서 미리 조사해 둔 '자석'과 '마늘'의 관계를 조사해보자고 제시하였다(폐쇄된 탐구주제 선정).
윌리엄 길버트
자석을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쓴 영국인 의사로 '자기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나침반의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지구 전체가 자석'이라 생각했으며, 이를 실험으로 증명하기도 하였다. 그는 자석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믿음 중 '마늘이 자석의 자성을 약화시킨다'는 명제가 틀렸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순간의 생각이 관성처럼 작용하지 않도록...
실제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더니 학생들이 사뭇 다른 표정으로 집중한다. 과연 마늘은 자석의 힘을 약하게 할까? POE모형의 단계를 밟으면서 예상하게 했다. 예상은 아주 쉽다. 약하게 하거나, 강하게 하거나, 변화 없거나. 물론 학생들은 '약하게 한다' 쪽으로 예상했다. 교사가 먼저 제시한 주제에 '약하다'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과서와 교사가 먼저 제시하는 주제는 학생의 사고를 좁게 만들어 버린다.
교사는 늘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과학이 더욱 그러하다. 잘못된 믿음으로 수백년을 살아 온 이들은 올바른 깨달음을 주장한 이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하거나 살해하였다. 하나의 믿음에 관성처럼 자기 생각을 놔두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이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약하게 한다는 물음에 교사는 엉뚱한 표정으로 다른 물음을 던진다. '약하게 하는 거 맞니? 정말 그거 말고 다른 일은 없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아이가 '반대로 될 수도 있겠다고 대답한다. 3학년이라면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인 '변화 없다'는 대답은 교사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신기한 것은, 여러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도 학생들은 모두 '약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 점이다. 탐구 절차를 익히는 수업, 학생의 사고를 더욱 유연하게 열려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